사무장병원 근절 위해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 준다?

사무장병원 근절 위해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 준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6.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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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사무장병원 공청회'서 특사경제도 언급
김해영 의협 법제이사 "압수·수색 비일비재 수사권 남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일 오전 10시 건보공단 서울지역본부 대회의실에서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 공청회'를 열고,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일 오전 10시 건보공단 서울지역본부 대회의실에서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 공청회'를 열고,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종합대책으로 3단계(진입단계·운영단계·퇴출단계)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한(특사경제도)을 부여하는 방안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특사경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반면, 의료계는 수사 권한 남발로 오히려 의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20일 오전 10시 건보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 공청회'를 열고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에 대한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 각계 단체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신현두 보건복지부 서기관(의료기관정책과)은 사무장병원 적발 현황, 그간의 노력 및 한계, 종합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신 서기관은 "그동안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 있었지만, 비영리법인 개설 의료기관에 대한 지자체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고, 행정조사를 고의로 회피하는 사무장병원에 대한 처벌이 가벼울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적용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부당이득금에 대한 환수율도 낮고, 자진신고에 대한 감면제도가 미흡해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고 밝힌 신 서기관은 "사무장병원 근절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종합대책을 수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이 마련한 종합대책은 ▲진입단계(불법개설 사전 차단) ▲운영단계(전방위 감시체계 구축) ▲퇴출단계(불법행위 반복 방지) 등 3단계 추진전략을 담고 있다.

진입단계는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의료기관 개설권 폐지 △의료법인 임원 지위 매매 금지 △의료법인 지배구조 개선 △지역 의사협회 등을 통한 사전감시방안 검토 △의료법인 설립기준 구체화 및 관리체계 강화 등을 추진한다.

운영단계는 △보건복지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제도)권한을 활용한 사무장병원 단속 강화 △의료인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 제도 강화 불법개설기관 감지시스템(BMS) 고도화로 적발률 제고 △회계 공시제도 적용 대상 확대 검토 △의료계 자정 활동 유도 및 사회적 감시체계 구축 등이 포함됐다.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의협신문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의협신문

퇴출단계는 △불법 개설자 형사처벌 강화 △사무장병원 조사 거부 시 제재 강화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몰수 추징제도 도입 △사무장병원 폐쇄 명령 처분 등 승계 규정 신설 △체납금액 징수 활동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특사경제도를 활용한 사무장병원 단속 강화를 놓고 정부와 의협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중앙합동수사단(건보공단 특사경지원팀)과 지방 특사경지원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적발률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건보공단이 수사 권한을 갖게 되면 진료실에 대한 압수·수색, 그리고 계좌추적 등이 수시로 이뤄져 진료권 침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사무장병원 근절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규제가 오히려 해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법제이사는 "보건복지부는 상시 전담 단속 체계 부재, 압수·수색 및 계좌추적 불가 등을 이유로 특사경제도를 활용한 사무장병원 상시 단속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건보공단 직원들에게 특사경의 권한을 부여하면 수사 권한이 남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제도 하에서는 건보공단과 공급자인 의료기관은 대등한 관계"라고 밝힌 김 법제이사는 "건보공단이 수사 권한을 갖게 되면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고, 의료기관이 '을'이 되는 입장에서 제대로 된 진료를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법제이사는 "검찰·금감원·건보공단 등이 수사협력체계를 정립해 사무장병원 적발률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압수·수색·긴급체포 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의료인의 정신적인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특사경제도를 운영하려면 건보공단의 수사와 관련된 인권 교육이 요구되는데, 실제로 이대목동병원 사건 등을 되돌아 보면 진료실이나 수술실 등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압수·수색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법제이사는 "얼마 전 제천의 한 의사가 사망한 일이 발생했는데, 만약 보건복지부나 건보공단의 조사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어 자살한 것이라면 특사경제도는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을 적으로 생각하고, 수사를 하겠다는 발상은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해 몰수하는 제도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한 김 법제이사는 "만약 공무원도 잘못하면 급여를 몰수해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박대환 대검찰청 검사(형사2과 연구원)도 "비급여 진료비용은 환자가 원해서 병원 측에 낸 것이기 때문에 개인이 병원에 요구해 받으면 될 일"이라며 "이것을 국가가 모두 몰수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과장(의료기관정책과)은 "정부의 종합대책이 미흡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관련 단체의 의견을 듣다 보니 규제가 오히려 과하다는 얘기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종합대책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불법적인 요소에 의료인이 자꾸 개입되는 것은 안된다"면서 "의협과 병협이 머리를 맞대야 사무장병원 근절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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