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부터 수입 5% 제공국 분배...천연물의약품 보유 제약업체 '속앓이'
원료 제공국 법령 제각각...각국 정보 제공·원료선 변경 등 지원책 내놔야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나고야의정서 국내 발효가 목전에 다가왔다. 하지만 여전히 천연물의약품 보유 국내 제약업체들의 속앓이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알맹이 빠진 탁상 행정 외에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13일 제약계에 따르면 나고야의정서 국내 발효를 위해 마련된 '유전자원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이 오는 18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외국 유전자원을 이용해 의약품 등을 개발하는 경우 제공국 정부의 승인을 받고 발생하는 이익 일부를 배분해야 한다.
나고야의정서는 2010년 생물다양성협약 제10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 2014년 발효됐다. 한국은 2017년 8월 17일 98번째로 가입했다. 지난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쳤지만, 업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직접적인 타격은 천연물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업체들이다. 대표적인 업체는 안국약품·동아ST·녹십자·한국피엠지제약 등이다.
이들 업체는 의약품 원료를 중국·동남아 국가 등에서 들여오고 있다. 당장 수입의 최대 5%를 제공국에 나눠줘야 하는 상황이다.
안국약품은 진해거담제 '시네츄라(황련수포화부탄올 건조엑스·아이비엽 30%에탄올 건조엑스)'가 있다. 시네츄라는 연간 300억원 이상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고 있는 안국약품의 대표제품이다.
동아ST의 위염치료제 '스티렌(애엽 95%에탄올 연조엑스)' 시리즈 또한 연간 처방액이 200억원을 넘어선다.
녹십자의 '신바로(자오가·우슬·방풍·두충·구척·흑두건조엑스)'와 한국피엠지제약의 '레일라(당귀·모과·방풍·속단·오가피·우슬·위령선·육계·진교·천궁·천마·홍화25%에탄올연조엑스)', SK케미칼의 '조인스(위령선·괄루근·하고초30%에탄올엑스)' 등 관절염치료제로 연간 각각 100억원, 200억원, 300억원 이상의 처방액을 기록하고 있다.
5종의 의약품을 합치면 연간 1000억원에 육박한다. 수익금의 최대 5% 외에 중국 등에는 기금 명목의 추가 납부금까지 지불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각 천연물의약품은 원료를 한 국가에서만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개 국가에서 원료를 들여와 생산한 의약품으로 수익이 날 경우 수익의 일부를 각 국가의 정책에 따라 납부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제약사들은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료선을 변경하려 해도 국가마다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법령이나 정책이 달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설명회나 가이드라인도 좋지만, 주요 원료 제공국의 정책이 제각기 다른 상황에서 제약사가 이를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정부가 취합해 제약계에 전달하는 등의 실무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주 발효를 앞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알맹이는 정리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나고야의정서 발효에 대해 환경부·산업자원부·보건복지부 등이 동시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이 관계자는 "이번주에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는 상황임에도 부처 간 입장이 다 다르다.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는 업무를 하나로 통합해 업계에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천연물의약품 생산을 위한 원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합리적인 약가 산정 노력이 필요하다"며 약가 인상을 비롯해 실질적인 대책과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미 대책이 마련됐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나고야의정서 시행에 맞춰 18일 온라인 통합신고 시스템을 오픈할 계획"이라며 "유전자원정보관리센터를 통해 나고야의정서 비준국 107곳 법령 등을 번역해 제공하고 있고, 나머지 국가의 법령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