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의료계-정부, RSA 확대 의견 분분
"적응증 같다고 대체약제 아냐…의사 판단에 맡겨야"
위험분담제(RSA)가 국내에 도입된 지 5년이 흘렀다. 초기 도입된 의약품의 재평가가 속속 시작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과 정책의 괴리감은 크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주최로 24일 열린 '위험분담제 도입 5년, 평가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임상 현장과 정책 당국의 목소리가 부딪혔다. RSA 제도 확대에 대한 의견 대립이다.
제약계·환자단체 등은 RSA 확대를 지속해서 주장해 왔다. 5년간 RSA 제도를 통해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향상된 것에 대한 공감대를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정부 당국은 조심스런 모습이다. RSA 제도로 환자의 신약 접근성은 향상됐지만 지속가능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할 때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환자에게 신약을 처방하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나오며 이목을 끌었다. 현재 논란이 있는 '대체약제'의 존재 유무가 RSA 적용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김기현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적응증이 같다고 해서 대체약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약재마다 부작용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적응증 당 하나의 의약품만을 RSA로 급여 등재하는 것은 안 된다. 효과가 더 좋은 후속 의약품들도 급여 등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혈관 부작용이 발생하는 약만이 RSA로 급여권에 있을 때 우려가 있는 환자에게 처방을 내려야 하는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으며 "도저히 동일한 잣대로 비교할 수 없는 의약품끼리 가격효과성을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RSA는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조건부로 급여권에 들어오는 경우다. 당국이 의약품의 효과, 가격 등을 검증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RSA 확대에 고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해결책에 대해 강진형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는 "정부가 일괄적인 정책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환자의 상황이 가장 중요하다"며 "의사에게 자율권을 줘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당 의약품을 쓸 수 있는 의사를 제한하고 개인별로 자격을 준다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RSA 재평가에 대한 의견 교환 과정에서 정부의 약제 평자 자체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김기현 교수는 "평가라는 것이 결국 경제성 평가다. 근거가 되는 자료는 대부분 RCT 임상 자료가 많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환자들은 다르다. RCT 임상에 대한 경제성 평가로 약제를 재단하는 것은 조선시대의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곽명섭 과장은 "보건복지부가 점점 일하기 어려워지는 부분이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가격은 말할 것도 없고 효능 또한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고가 약제에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보공단에 평가도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현장 데이터를 어느 정도까지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단계의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를 약제 평가나 RSA 재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