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계, 국회서 비판 쏟아 내..."박근혜 정부 의료영리화 정책과 뭐가 다른가"
병원 이익 배당→의료 왜곡 초래→영리병원화...'특정 대기업 지원책' 의혹 제기도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이 의료영리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방안의 핵심인 '산병(산업체-병원)협력단' 및 '기술지주회사' 허용, 의료기기 안전성·효과성 사후평가 전환 및 네거티브 규제 등이 이전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의료영리화 정책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연구중심병원에 산병협력단과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해 발생하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병원과 투자자들의 이익으로 배당하도록 하는 것이 '영리병원화'를 촉발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우려와 지적은 27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혁신성장론,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정부의 의료기기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정형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이번에 발표된 산병협력단 설립 등 관련 정책이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종합판인 '6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언급한 정책과 같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을 수용해, 사실상 연구중심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을 통한 영리 활동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정책실장은 현재 의료법상 병원이 비영리기관이어서 자본(기업)이 직접 투자하고 이윤을 배당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번 정책에서 허용한 산병협력단(기술지주회사)는 자본이 직접 투자하고 이윤을 배당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특히 병원이 직접 창업하는 기업을 우회할 산병협력단 등 자체조직 설립이 자본의 요구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원이 장비와 약품, 건강식품 등을 개발, 공급하는 자회사를 가지고, 병원 자산이 투자자에게 개방되는 영리병원화가 될 뿐 아니라 병원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잉검사와 과잉진료가 벌어져 의료비가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업연계 연구를 병원에서 하게 되면 기술발전단계의 중간단계 연구는 건너뛰고 최종 상업생산물에 집중하게 돼 제대로 된 연구도 못하게 된다는 점 ▲상업연계 연구는 병원의 영리화, 진료왜
곡, 치료의학 매몰을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점 ▲산병연계로 병원의 부익부 빈익빈 심화는 결국 의료 불평등을 더욱 양산할 것으로 현재의 대형병원화를 더욱 촉발할 것이라는 점 ▲끝으로 연구자(의사)가 상업특허에 매몰될 경우 공익적 병원 기능은 더욱 축소된다는 점 등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최규진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일본의 연구중심병원 선정·운영 실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문재인 정부의 산·병·연 협력체계 강화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상업적인 변질을 우려해 연구중심병원을 대부분 국립대학 병원들에 한정해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병원과 대학을 가지고 있음에도 2017년 기준으로 12개의 연구중점병원만 선정했다.
연구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고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의학 연구 영역의 상업화에 대한 경계
가 존재하며, 특히 상업화 방지를 위해 연구중점병원 내에 '이익상반관리체제'라는 기구까지 두어 이해상충과 상업적 변질을 차단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혁신적 의약품과 의료기기 개발 등에 필요한 양질의 임상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국제수준의 임상연구와 의사 주도 임상시험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병원을 '임상연구중핵병원'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의사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김진현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국장은 보건의료시장에 대한 대형병원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산병협력단은 병원이 연구개발한 기술·특허를 이용해 벤처기업 설립, 기술 이전 등을 해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게 골자이지만 시장에 대한 장악력이 없는 일반 벤처기업과는 다르게 대형병원들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내원 환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은 자회사인 벤처기업이 개발한 신의료기기를 이용한 의료행위를 환자들에게 시행할 수 있고, 산병협력단과 함께 추진되는 규제 완호로 인해 의학적 유효성이 없어도 '혁신·첨단의료기술'로서 '잠재 가치'를 인정받으면 예비급여를 적용받고 의료현장에서 쓸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산병협력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 영리자회사와 컨셉은 비슷하지만 현재 혁신성장 정책의
혜택 때문에 주식 상장, 주가 상승, 시세차익 확보에 더 유리하다. 산병협력단에서 투자한 기업에서 나온 수익을 연구에 재투자한다는 제한 조건을 붙여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며 "기업의 기본원리 중 하나가 연구진이나 경영진에게 벤처기업 주식을 줘서 성과를 분배하는 것인데, 투자한 병원이나 개발에 참여한 의료인이 주식거래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는 것은 규제할 수 없고, 병원과 의료진은 보유한 주식의 시세차익을 위해 신의료기기를 권유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정책이 삼성 'HT보고서'와 거의 유사하다는 주장도 나와 이목을 끌었다.
정형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최근 삼성은 의료기기 사업이 병원 등 대상 간 사업이라는 이유로 디지털 엑스레이, 모바일, CT, 체외진단기기 등을 생산하는 의료기기사업부를 독립해 별도 사업 확장을 꾀하겠다고 발
표한 바 있다"고 전제하고 "삼성은 자회사 삼성메디슨과 함께 삼성 의료기기사업부를 삼성의 신성장 동력이라고 내세우고 있는데, 실제로 체외진단기기 장비에 크게 공을 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병협력을 통한 의료기술지주회사 허용은 '삼성헬스케어'에서 추진하고 있는 '삼성의료원-
삼성의료기기 자회사-삼성메디슨' 이 자회사로 연결되는 구조를 허용해주는 것과 연결돼 있고, 이는 삼성경제연구소 등이 발표한 계획과 비슷하다. 즉 삼성 'HT보고서' 의 충실한 이행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기에 삼성 바이오로직스를 위시한 바이오시밀러 약가 인상 요구, 삼성생명이 출시하고 있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은 이번 정부 발표의 배후가 삼성이 아닌지 더욱 의구심을 증폭시키게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의료기기 관련 규제 완화 정책과 의료영리화의 연계는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임 과장은 산병협력단은 의사들이 연구개발을 하고 병원에서 투자해서 연구결과가 나왔음에도 수익은 대학에 들어가는 기존 산학협력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대안이라는 논리를 펴며, 산병협력단 제도가 활성화되면 병원의 연구개발이 활성화될 것이고 의료영리화와는 관계가 없다는 논지를 폈다.
그러면서 "기존 산학협력단은 모두 비영리병원이다.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해서 학교가 영리화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산병협력단을 설치하고 자회사 설립을 허용한다고 해서 병원이 영리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토론회 참석자 대부분은 기존 산합협력단이 영리화돼 연구자(의사)들이 돈벌이에 내몰리고 있다고 발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