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식 국장 사직 소식에 제약계·의료계 후임자 '촉각'
비리 차단 목적 개방형 전환 2년 만에 내부승진 '고개'
이원식 의약품안전국장의 사표 제출이 알려지며 후임자에 관심이 쏠린다. 의약품 허가·관리를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제약계는 물론 실제 의약품을 임상에 적용해야 하는 의료계의 시선까지 모으고 있다.
30일 의약계에 따르면 후임자의 초점은 개방형 공모직 유지되느냐 혹은 내부승진으로 되돌려지느냐에 있다. 금품수수 등 비리로 인해 개방형 공모직으로 전환됐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 자리를 내부승진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승진이 가능하도록 직제를 개정할 경우 시민사회를 비롯한 각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2016년 7월 인사혁신처가 비리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며 식약처 직제 시행규칙을 개정한 지 갓 2년이 지났을 뿐이다.
의약품안전국장은 과거 식약처 약무직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목표로 할 만큼 중요도가 높은 보직이다. 약무직 공무원이 아닌 인사가 보직을 맡은 경우는 이원식 국장 이전까지 두 명에 불과했다.
이 자리를 개방형 공모직으로 의사 출신의 이원식 국장을 임명했을 때 약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전문직에 의사 출신을 임명한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약무직으로 불리는 요직에 제약사 출신 의사를 선택한 것은 약무 전문성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행정 경험이 없는 의약안전국장이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약무직 공무원의 자리를 외부인사가 들어오면 업무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비판이었다. 다만 성명서에 약무직 공무원 내부 승진 인사의 연이은 비리 의혹과 직위 해제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서울시약사회도 의사 직능이 보건의료 관련 정부 요직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는 논리로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시약사회는 "의사 직능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당시 손명세 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당시 성상철 이사장), 보건복지부 장관(당시 정진엽 장관) 등을 도맡고 있는 상황에서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마저 의사 출신을 임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내 의약품 허가·관리를 장악하고 있는 약사 직능이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원식 국장은 이 같은 약계의 반발 속에 의약품안전국장 업무를 시작했다.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원식 국장은 사직 배경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하지만 약계 성명서를 감안할 때 100여명의 약사가 포진된 식약처에서 의사 출신 외부인사라는 눈총 속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사직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일부 약계 매체에서는 "(임명 당시 약계의 지적이)2년여간의 의약품안전국의 업무 추진 실적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입증된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개방형 공모직으로 전환한 인사혁신처의 의도와 배치되는 상황 속에서 차기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의 향배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