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신이 아니다", 의료사고, 신중하고 단호하게 대처
원인불명·불가항력적 사고 책임 없어
언젠가 박지성 선수가 그랬다. 오심도 축구의 일부라고. 그대로 가져다 쓰자면 재판에도 오심이 있을 수 있다. 골대를 향해 공을 찼다고 모두 골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의 의지와는 다르게 미끄러질 수 있는 게 축구다.
의료는 선한 행위다. 인체에 대한 침습조차 허용된다. 그런데 의사는 신이 아니다. 의료행위 또한 사람의 일이다. 그래서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실수에는 책임이 따른다. 책임의 절차와 범위, 한계는 제도의 문제다.
"정의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법학전문대학원생은 "Justice"라고 대답하고, 의학전문대학원생은 "Definition"이라고 답한다는 농담이 있다. 이 또한 의사가 의료사고 혹은 의료과실에 대해서 공부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오로지 의사만을 위한 의료사고 십계명을 정리했다.
1. 사과를 두려워 말라
사과가 잘못의 시인은 아니다. 과실을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도 아니다. 도덕적 차원에서 예의와 유감을 표명하는 일이다. 하지만 사고 해결에는 늘 유용하다.
2. 신중하게 설명하라
진료에서 수술까지 단계마다 최대한 설명하라. 설명을 바탕으로 환자 스스로 결정하게 하라. 사고 이후 경위 설명에는 신중하고 또 신중하라. 몰래 녹음·몰래카메라를 의식하라.
3. 진료기록 작성에 유의하라
진료기록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의료법이 정한 내용대로만 해라. 다만, 작성 주체가 다를 경우 간혹 드러나는 모순은 소송 상대방 입장에서는 유용하다. 사고 이후 진료기록을 고치는 것은 당연히 위험하다.
4. 별도의 비망록을 작성하라
의료사고로 비화될 경우 별도로 메모하라. 현장의 일은 현장에 있던 의사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메모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병원이 언제까지 의사를 보호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5. 원인불명이나 불가항력적인 사고는 책임이 없다
의사의 책임은 결과책임이 아니다. 주의 의무 위반이 있어야만 한다. 무과실은 무책이다. 의사의 책임은 무한책임이 아니다. 따라서 원인 불명, 불가항력적인 사고나 특이체질 사고는 책임이 없다.
6. 폭력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라
병원 앞 피케팅, SNS 비방, 시설 손괴, 의료인에 대한 폭력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시위금지 가처분 등 공격적인 법 제도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7. 형사고소에 겁먹지 마라
형사고소는 어느 분야건 남용된다. 수사를 받는다는 것은 불안하고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의료과실은 본질적으로 민사책임의 문제다.
8. 의료분쟁조정·형사소송·민사소송의 차이를 이해하라
의료분쟁조정은 강제성이 없다. 거부하면 그만이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가 형사소송의 대원칙이다. 민사소송은 본질적으로 배상책임 그러니까 금전배상의 문제다.
9. 재판은 입증의 문제다
의료사고 재판을 의사가 잘할 수 있을까? 변호사가 잘할 수 있을까? 본질은 의료가 아니라 재판이다. 재판은 사실의 문제가 아니다. 입증의 문제다. 다만, 의료사고의 경우 입증책임은 완화된다.
10. 전문 변호사와 상의하라
병세가 악화된 다음 뒤늦게 병원을 찾은 환자를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 들던가. 누군가 의사를 소개시켜 달라고 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소개시켜 주는가. 변호사를 찾는 기준도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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