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 가지 말고 끌고 가는 선제적 정책 필요...의협 집행부에 힘 밀어줘야"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1일 KMA POLICY 특위 세미나 초청강연
"정부가 형평을 이유로 간짜장이나 삼선짜장은 먹지 못하게 규제하고 의무적으로 짜장면만 먹도록 하는 것과 다를게 없습니다."
제20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3선의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충남 아산갑)은 1일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폴리시(KMA POLICY) 특별위원회 세미나에서 '보건의료정책의 선도적 제안을 위한 의료계(의협)의 역할' 주제 특별강연을 통해 정부의 의료 규제를 짜장면에 빗대 "간짜장을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차단한 채 짜장면만 먹으라는 것"이라며 "규제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요하고, 형평을 앞세워 선택의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통해 개인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제 위주의 보건의료정책을 꼬집은 것.
저보험료·저수가·저급여 정책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의료수가를 무조건 낮추고 심사를 통해 깍는다고 환자를 위해 좋은 게 아니다"고 지적한 이 위원장은 "의사도 국민이다. 의사가 만족해야 의료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 "이러한 기저에는 의사는 갑이고 환자는 을이니 갑을 눌러야 을이 만족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적게 부담하고 적게 받는 수가체계에서 벗어나 낼 것은 내고 그에 걸맞는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면서 적정 보험료·적정 수가·적정 급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깍는 데만 몰두할 게 아니라 진료의사의 고충을 헤아려야 한다"고 언급한 이 위원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이 국민이 낸 보험재정을 투입해 큰 건물을 짓는다거나 인력을 늘리는 데 쓰는 것도 문제"라고 방만한 운영 문제를 짚었다.
10년 앞을 내다보는 중장기 보건의료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5년, 10년 앞을 내다보는 중장기 계획과 정책 없이 그때 그때 현안을 좇는 데 급급해선 안된다"면서 "정권이나 장관이 바뀌면 의료정책이 바뀌는 것은 문제다.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정책과 제도를 추진하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큰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가 국회·정당과 연대하고, 소통에 나서달라는 주문도 했다.
이 위원장은 "보험제도와 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성이 잘못됐다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 구성할지 대안을 달라"면서 "가령 의료수가를 결정할 때 물가상승률이나 최저 임금 등의 요소를 반영해서 결정하는 방법도 있다. 의협에서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러분의 보람과 긍지를 돈 때문에 잃어버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이 위원장은 "정부 정책과 제도에 끌려갈 게 아니라 끌고가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인 정책 대안을 만들어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보건의료정책을 주도하는 대표단체로서의 역할론에 무게를 실었다.
이 위원장은 의학의 영문명인 메디컬(Medical)의 M·D·C의 의미를 풀어내며 의료계에 대한 조언과 당부도 잊지 않았다.
"Man(M)은 인간과 인류를 의미한다"고 밝힌 이 위원장은 "의협은 국민과 미래사회를 위해 돈 보다는 사람 중심의 인식과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빅데이터와 로봇수술 등을 비롯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의료계가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걱정"이라며 "거시적인 대비는 없고, 가시적인 것만 매달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Dream(D)을 가져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인간의 생사에 관여하는, 사회와 국가에서 가장 우수한 엘리트 집단인 의료계가 당장 어렵다고 꿈을 버려선 안된다. 의협이 미래사회를 디자인하고, 보건의료정책을 만들어 제안해야 한다"면서 "국제화 시대에 앞서가는 나라는 어떻게 하는지 살펴 의협이 미래사회의 꿈과 비전을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Collaboration(협력)과Communication(의사소통)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관련 학회와 의사회 간에 연대를 강화하고, 소통을 통해 하나로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면서 "최대집 회장을 선출했으면 잘 하도록 밀어줘야 한다. 정부와 협상하면서 단체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제각각 여러 소리를 내면서 단합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과 융복합 시대의 꿈과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강에 이어 열린 질의·응답에서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부터 건강보험 재정 위기·불합리한 보험급여 규정 및 심사지침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실상과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재추진 ▲봉침을 비롯한 약침용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제도 마련을 요청했다.
강석태 강원도의사회장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5조원에 달하는 정부의 건강보험료 부담금을 제대로 징수하지 않으면 건강보험도 국민연금과 같은 재정 위기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인한 재정 위기 문제를 짚었다.
김영진 의협 감사는 "희귀병 환자가 감염 때문에 부득이하게 약을 일시 중단한 경우 보험급여를 인정하지 않아 처방을 받지도 못하고, 자신이 돈을 내 약을 먹고 싶어도 처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이상한 급여 규정 때문에 그냥 앉아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자신이 돈을 낸다고 해도 처방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험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를 두는 방안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안전성·유효성 문제를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지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밝혔다.
문재인 케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를 이유로 인심을 다쓰겠다는 것은 인기영합주의이자 후세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한 이 위원장은 "문재인 케어를 점진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협에서 연구하고, 건강보험법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방법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