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기관 활성화 도움 안돼…"의료전달체계 역행" 지적
대형병원 쏠림 개선하려면 약제 본인부담률 80% 상향해야
대한의원협회가 지난 1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약제비 본인 부담 차등제 대상 질환 확대 추진'은 일차의료기관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의원협회는 18일 성명을 발표하고 "약제비 본인 부담 차등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일차의료기관 살리기에 매진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의원협회는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은 매년 상승하는 최저임금에 따른 가파른 인건비 상승과 비급여의 급여화를 앞세운 '문재인 케어'와 같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말살하는 의료정책으로 인해 현재 존폐의 위기에 내몰려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시행된 '선택진료비 폐지',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2∼3인실 건강보험 적용' 등 상급의료기관으로 환자 이동을 가속하는 제도로 인해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건정심을 통과한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내용을 살펴보면, 과연 문제가 많은 의료전달체계를 조금이나마 개선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살리고, 불필요한 건강보험재정 낭비를 막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약제비 본인 부담 차등제는 현시점보다 의원급 경영상태가 비교적 양호했던 2011년도에 이미 신설된 제도로 당시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와 건강보험재정 악화의 원인이 되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야심차게 시행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7년간의 긴 시행에도 이는 당시의 상황을 전혀 개선하지 못했고, 오히려 해마다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위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더욱 가속됐다"고 밝혔다.
의원협회는 "이번 발표된 개선안은 단지 대상 질환만을 기존 52개 상병에서 100개로 확대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며 "이는 지난 7년간 시행된 제도에서 이미 밝혀졌지만, 내원한 환자들에 대한 상병명 변경만으로 빠져나갈 구실을 만들고 있고, 단순히 상병명 대상 확대에 그치는 제도는 질병 통계의 왜곡만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기존의 52개 상병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 실효성이 검증됐어야 한다"며 "근본적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는 단지 실효성 없는 제도를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한시적으로 약제비 본인 부담 차등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방안은 현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의원협회는 "종합병원을 방문하는 약제비 본인 부담 차등제 적용 환자가 종합병원 방문 후 약제비 절감을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의뢰서를 요청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만일 이러한 진료의뢰서 발급을 거부할 경우, 환자와 의사 관계의 신뢰는 깨지고 자칫 진료거부로 인지돼 민원 발생의 소지가 매우 높다"고 걱정했다.
따라서 "이번에 제시된 방안은 현 상황을 절대로 개선하지 못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을 자연 도태시키는 상황으로 치닫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원협회는 제도를 제대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불필요한 의료 이용에 따른 상급병원 쏠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시행하라 ▲종합병원 방문 환자에 대한 진료의뢰서 예외 규정을 즉각 삭제하라 ▲현행 종별 약제 본인부담률 차등을 보다 현실성 있게 조정하여 의원급은 20%로 하향시키고, 병원급은 40%, 종합병원급은 60%, 상급종합병원은 80%로 상향시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