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후 저산소증으로 뇌성마비…"의료진 과실 없어"

분만 후 저산소증으로 뇌성마비…"의료진 과실 없어"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09.2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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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 입증할 개연성 없다면 무과실 입증 책임도 없다"
1심에 이어 고등법원 '손해배상 책임 없음' 판결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분만 시 저산소증으로 뇌손상이 초래돼 신생아가 뇌성마비에 이른 사건에서 과실을 입증할 개연성이 없다면 의료진에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6월 21일 산모가 분만 시 의료진이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못해 태어난 아이가 뇌성마비로 뇌병변 1급 장애로 등록됐다며 해당 병원 운영진을 상대로 낸 6억 7천여만 원 소송을 1심과 마찬가지로 기각했다.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산모는 2010년 6월 10일 14:00 양막이 파열돼 산전진찰을 받아온 B병원에 입원했다. C신생아는 후방후두위(태아의 얼굴이 위를 향해있는 것) 상태였다. 산모의 골반에 걸리는 등 분만이 원활하지 않자 의료진은 ▲자궁 저부를 7회에 걸쳐 압박하는 질식분만 ▲치골궁에 압력을 가해 태아를 견인하는 맥로버트 수기법 등을 진행했다.

분만이 완료됐지만 C신생아는 오른쪽 상완골이 골절된 상태로 출생 직후 호흡 및 울음이 없었고, 청색증이 있었다.

B병원 의료진은 기도흡인 및 신생아 자극 및 마사지, 엠부배깅을 실시했다. 의료진은 기관 내 삽관을 하면서 직경 3㎜의 튜브를 삽입했다. 이후 아주대병원으로 전원했다.

아주대병원 의료진은 기관 내 삽관 튜브를 직경 4㎜튜브로 교체했다. C신생아는 결국 호흡곤란 증후군의 진단을 받고, 뇌성마비로 인지기능과 발달기능의 장애를 보여 2011년 6월 23일 뇌병변 1급 장애로 등록됐다.

C의 부모는 B병원 의료진이 수기회전(손가락으로 태아의 귀를 파악해 같은 손의 엄지손가락으로 태아의 반대쪽 귀를 파악해 태아의 후두위를 전방으로 회전시키는 것)이나 제왕절개수술 등을 시행했어야 함에도 질식분만을 진행해 C에게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 손상이 초래됐다며 B병원 개설·운영자인 D, E씨를 상대로 6억 7천여만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소송을 기각하며 의료진 측에 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1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후방후두위라 하더라도 대부분 분만 과정에서 전방으로 자연 회전되며 반드시 수기회전을 시도해야 하는 것은 아닌 점 ▲태아심박동수나 자궁수축에 비정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은 점 ▲정황상 의료진이 수기회전을 실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후방후두위에 대한 조치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의료진이 C의 출생 직후 기도흡인과 심장마사지, 앰부배깅을 실시한 사실을 볼 때 가능한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B병원 의료진이 시행한 기관 내 삽관에도 불구하고 C의 산소포화도가 낮게 나타난 원인은 호흡 관리의 문제라기보단 기질적 원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일반인은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어, 의료상 과실 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 입증으로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나 이 사건에는 이를 적용할만한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최근 판결에서 환자 측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의료인 측의 입증책임을 강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과 달리 '의료진의 과실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필요하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의사의 과실 때문에 결과가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관 내 삽관을 부적절하게 시행한 과실 ▲기관 내 삽관 후 경과관찰 및 후속 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 ▲설명의무를 위반한 과실 등에서도 의료진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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