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치점수에 의사 업무량 포함…비 의사 검사 후 급여비 청구 땐 불법
이혁 임상초음파학회 보험이사, 내과학회 국문학술지 통해 불법성 지적
최근 일부 학회에서 심초음파 보조 인력 인증제 확대 시행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이를 반대하는 성명서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한내과학회 국문학술지에 "진단 초음파 검사는 반드시 의사가 검사를 해야 한다. 간호사까지 심초음파를 하는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대한내과학회가 정확한 지침과 행위 주체를 정해 정부와 협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실려 주목받고 있다.
내과학회 학술지에 글을 쓴 주인공은 이혁 대한임상초음파학회 보험이사.
이혁 보험이사는 '임상에서 초음파 급여화의 현황과 대응 방안'이라는 글을 통해 "초음파 진단은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보험이사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를 비롯해 심장초음파 급여화, 근골격계 초음파 급여화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케어)에 따라 임상에서 초음파 급여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로 비 의사의 초음파검사 문제를 언급했다.
이 보험이사는 "진단 초음파는 상대가치 제도에 의해 만든 수가이기 때문에 의사의 업무량이 포함돼 있어 방사선사가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경우는 부당 청구가 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대부분의 임상 현장에서는 검진 및 진단 초음파 검사에 방사선사가 하는 경우(2015년의 보건복지부 유권 해석에 따라)가 있는데, 급여화에 따른 진단 초음파는 반드시 의사가 검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험이사는 "2019년도에 심장 초음파도 급여화가 될 예정인데, 마찬가지로 검사 주체가 의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전반적인 주장이지만, 현재 많은 대학병원에서는 방사선사 및 임상병리사, 심지어는 간호사들까지도 진료 보조 인력(PA, physician assistant) 제도처럼 심장 초음파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며 "대한내과학회에서는 정확한 지침과 행위 주체를 정해 정부와 협상을 해야 하고,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초음파는 의사가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보험이사는 두 번째로 예비 급여 80%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번 상복부 초음파 보험 급여 기준을 보면 에피소드가 다른 경우에는 한 달이 지나면 또 다시 본인 부담금 30%의 급여 청구가 가능하지만 같은 에피소드이거나 한 달 이내의 초음파 검사 시에는 본인 부담률 80%의 예비 급여(혹은 선별 급여, 본인부담금 80%의 명칭)로 청구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로 인해 임상 현장에서는 의사와 환자 간의 불편함이 발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예비 급여 80%를 적용했을 때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비용이 너무 높아 기존 급여화에 따른 여러 가지 형평성의 문제와 절차 및 청구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Case에 따라 어떤 경우는 급여로 인정이 되고, 어떤 경우는 예비 급여가 되기에 혼란이 있어 앞으로 급여 삭감의 문제도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보험이사는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해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고 의료계가 주장한 본인 부담률 50% 이하로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 번째로 이번 급여화 과정이 3년여의 시간에 걸쳐 30여개의 학회와 100여명의 의료계 전문가들이 120차례의 회의를 통해 결정한 행위 기준과 수가이지만, 임상적으로 적용하다 보면 많은 부분에서 문제점이 발견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예를 들어 상복부 초음파에서 담낭의 용종은 1년에 한 번 추적관찰이 가능하지만, 간이나 담도, 췌장, 비장의 종괴 등은 아직 추적 관찰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의료계에서는 추적관찰에 대해서도 급여로 인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을 이유로 6개월간의 모니터링 과정을 거쳐 2018년 10월 이후에 개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 보험이사는 "초음파 급여화는 2019년 심장 초음파에 이어 2021년까지 근골격계 초음파로 비급여의 급여화를 완성할 예정"이라며 "사회적 흐름상 막지 못하게 돼 안타깝지만 최대한 내과 내부의 역량을 모아 자긍심을 지킬 수 있도록 잘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은 처음에는 환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지만 충분한 건강보험 재정을 마련하지 못한 급여화는 임상 현장에서 막대한 혼란을 초래하고, 결론적으로는 의료의 질 하락과 환자, 의사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있다"고 밝힌 이 보험이사는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루어진 후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