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내시경 후 식물인간' 의료진 100% 과실
뇌종양 조기진단 놓친 의사 금고형 · '자궁 내 태아 사망' 의사 1심 금고형
"의료행위에 격양된 판결… 추후 의료사고 판결에 선례 될 수 있어" 우려
의료행위 과실에 대해 재판부가 의료인의 책임을 묻는 비중·강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선의를 가진 의료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을 크게 판결하는 것에서 나아가 금고형까지 묻는 이례적인 판결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의료사고에 대한 판결에서 의료진의 과실에 의료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100% 책임을 묻는가 하면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이대 목동 사태'의 경우 의료진 3인이 구속돼 논란이 됐다.
뇌종양 조기진단을 놓친 의사에게는 금고형이 선고됐고, 자궁 내 태아 사망 사건 에서도 역시 의료진이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최근에는 수원지법 성남지원이 8세 환아가 횡격막 탈장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의사 3인에 대한 1년 이상의 금고형을 각각 선고하면서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의료사고에서 의료진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고, 법정 구속하는 사례가 더는 '이례적'이지 않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내시경 받다가 식물인간…' 의료진 100% 과실 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6월 15일 내시경을 받던 도중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사건에서 의사가 100%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대장내시경을 받는 도중에 천공이 발생하자 종합병원으로 전원, 치료를 받다가 허혈성 뇌 손상을 입은 환자와 가족이 의원급과 종합병원급 의료진에게 낸 8억 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심 법원은 피고들 공동으로 3억 9212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내년 9월부터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환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 매월 개호비·치료비 등 395만 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해당 판결은 침습적인 의료행위의 특성상 손해배상 책임을 일정 비율로 제한한 기존 판례와 달리, 의료진의 책임을 제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2017년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보고서에서 사망원인으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을 지목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 결과 지질영양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감염됐을 거라는 추정을 내렸다.
경찰은 두 기관의 조사를 토대로 신생아들이 맞은 지질 영양제(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됐고, 간호사들이 주사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신생아를 사망케 했다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의료인 7명을 기소했다. 피고인에는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인 조수진 교수 등 교수 3명과 전공의 1명, 간호사 3명이 포함됐다.
3월 30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대목동병원 사망 사건과 관련한 의사 2명과 간호사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검 환경보건범죄전담부가 같은 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영장전담 재판부는 6월 4일 새벽 의사 2명과 간호사 1명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의료진 3명에 대한 구속이 결정된 것이다.
의료계는 크게 반발했다. 감염관리에 대한 시스템상의 문제를 '구속' 등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묻는 듯한 진행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의사들은 집회, 성명서, 시위 등 다양한 통로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해당 사건은 아직 진행 중에 있다.
9월 4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6일 3차 공판까지 이어졌다. '사망원인'과'감염에 대한 책임 소재'가 쟁점. 재판은 11월13일에 재개될 예정이다.
전이성 뇌종양 조기진단 못 한 대학교수, 형사처벌
대학병원 교수(흉부외과)가 전이성 뇌종양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의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교수는 1심 진행 과정에서 검찰로부터 1년 6개월 금고형을 구형받았다. 재판부는 유죄(벌금형) 판결을 선고했다.
의료계는 '조기진단 실패에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면서 '민사적·형사적 과실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경기도의사회 주도의 '대학병원 교수 선처 탄원서 제출 운동'도 진행됐다. 탄원서 운동에는 4일 만에 6500명이 넘는 교수 및 봉직의, 개원의 등 전 직역이 참여해 1만 명이 달성됐다.
탄원서 운동을 비롯한 의료계의 반발에도 대법원은 뇌종양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형사처벌이 부당하다며 대학병원 교수가 신청한 상고를 20일 만에 기각했다. 대법원은 1,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며 사건을 종결했다.
자궁 내 태아 사망 1심 금고형
2014년 독일인 산모가 분만을 위해 산부인과의원에 입원했으나 태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심 재판부는 산부인과 의사가 주의의무를 위반해 자궁 내 태아가 사망했다며 과실치사죄를 적용했다.
2017년 4월 6일 인천지방법원은 "산모와 피해자를 방치한 과실이 인정되고, 과실과 태아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존재한다"며 산부인과 의사에 금고 8개월을 선고했다.
의료계는 "분만 중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태아 사망을 이유로 산부인과 의사를 교도소로 보내라는 판결"이라며 "태아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 형사처벌의 사유가 돼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주최로 2017년 4월 29일 서울역 앞 광장에서 열린 '전국 산부인과 의사 긴급 궐기대회'에 참여한 1000명의 의사들은 국회와 정부에 '의료사고특례법' 을 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사건은 2심과 대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대법원은 7월 26일 업무상 과시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에 대한 검찰의 상소를 기각했다.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분만 중에 발생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인해 1심에서 금고형을 받으며 의료계의 반발을 사는 등 화제가 됐다.
전선룡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법무법인 lawtto 변호사)는 "점차 의료진 구속이 격양적으로 과해지고 있다.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이러한(의료사고에 대해 엄격한) 판결 하나가 가지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며 "선례가 돼버리면 이후 나오는 의료사망 등 사건에서 구속되는 판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번 강한 판결이 나가게 되면 이후 판결에도 영향을 미쳐, 계속 엄격한 기준의 판단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선례로 남게 된다면 의사들은 방어·소극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될 것이란 판단도 이어졌다.
전선룡 이사는 "최근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의료사고에서 의사에 대한 민사적·형사적 책임을 엄격하게 물고 있다. 이러한 판결들이 확정돼 선례가 되면 의사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판결이 이어지면서 의료계 D 커뮤니티에는 '방어진료'에 대한 의미심장한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A의사는 "병 놓치면 구속이라니 너무 무섭다. 애매한 증상으로 오신 분들이 있다. 이제 이런 거 다 구속되는 건가"라며 우려했다.
B의사는 "이제 응급실 근무 선생님들 반 이상은 구속되겠다. 그냥 루틴을 정해서 모든 환자에 CT 찍고, 입원시켜야 된다"며 "삭감이 걱정이냐. 면허나 지켜야할 판"이라고 한탄했다.
전선룡 이사는 "의료행위에 대해 너무 격양된 판결은 결과적으로 소극진료를 양산할 수 있다. 이는 의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바와 같이 검찰이나 재판부는 의료환경의 이러한 특수성을 모두 고려한 신중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