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의료기기 한의사 사용·건강보험 등재 움직임 경고
전남의사회 "장관 사퇴·총파업 대정부 투쟁 선봉 설 것"
한의사의 의과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둘러싸고 의료계가 급냉하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7일 성명을 통해 "한의사에게 의과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거나 보험등재를 시도할 경우 장관 사퇴 운동은 물론 전국 의사 총파업을 비롯한 대정부 투쟁의 선봉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박종혁 대변인 겸 홍보이사·정성균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 등은 6일 오후 5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서면답변 철회를 요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은 "정치 논리와 불합리한 법적 논리에 휘둘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그 어떠한 것도 용납하지 못한다"면서 "한방 건강보험을 현 건강보험에서 분리해 국민의 건강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논란은 2013년 1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2012헌마 551·561(병합) 사건에서 5종(안압측정기·자동안굴절검사기·세극등현미경·자동시야측정장비·청력검사기)의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5종 의료기기는)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들로서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측정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한의대 교육과정에서 안질환이나 귀질환에 대한 관련 기기를 이용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기본적 교육이 이뤄지는 점 등을 제시했다.
한의계는 헌재 결정을 근거로 한의사에게도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한의사에게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근거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는가 하면 보건복지부는 헌재 결정을 근거로 허용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의료계는 헌재가 결정에 앞서 이해 당사자인 대한안과학회·대한이비인후과학회·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학계는 ▲안압측정기만으로 녹내장을 진단할 수 없는 점 ▲자동시야측정장비는 자동적으로 추출되는 검사수치보다 안과 전문의의 결과 해석이 더 중요한 점 ▲시야계측기는 안경사가 사용할 수 없는 점 ▲한방의 녹풍이 의과의 녹내장과 같은 질병이 아닌 점 등을 들어 헌재 결정문에 심각한 의학적 오류를 담고 있다고 짚었다.
전남의사회는 이번 답변서에 보건복지부 3개과(보건의료정책과·한의약정책과·보험급여과)가 동시에 이름을 올린 데 대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방한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전남의사회는 "헌재의 위헌 결정이 모든 한의사의 의과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보건복지부는 헌재의 결정을 해석하고, 의료법 체계에 올바르게 적용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