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간암치료제…B형간염 기인 간암에서는?

'전운' 간암치료제…B형간염 기인 간암에서는?

  • 최원석 기자 cws07@doctorsnews.co.kr
  • 승인 2018.11.1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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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간암 환자 80% B형간염이 원인
"현재 연구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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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의 주요 원인은 간염이다. 90%의 간암이 B형, 혹은 C형간염으로 발병한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병이 70∼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형간염으로 기인한 간암의 치료는 C형간염에 의한 간암과 달라져야 할까. 최근 전운이 감돌고 있는 간암 1차 치료제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8일 <의협신문>이 간암 치료제 관련 다수의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한 결과, 발병 원인에 따라 치료제별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경향이 나타났다. 다만 이는 경향일 뿐 발병 원인에 따라 어떤 치료제가 우월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그간 간암 치료제는 바이엘의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가 유일했다. 대부분의 암에서 1차 치료제로 사용하는 화학치료제조차 간암에서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2008년 발표된 허가임상인 SHARP에서 넥사바의 전체생존기간(OS) 중간값은 10.7개월로 위약군의 7.9개월에 비해 2.8개월 길었다.

의료진이나 환자가 만족할 만한 데이터라고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10년간 이어진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들은 넥사바 대비 OS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넥사바는 발병 원인을 따져볼 필요도 없는 유일한 대안이었다. 다만 SHARP와 2012년 동양인 대상 RCT 하위 분석을 통해 위약 대비 C형간염 기인 간암에 더 효과가 있다는 점은 알려졌다.

하지만 에자이가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의 1차 치료제로서 유효성을 입증하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렌비마와 넥사바의 비교임상인 REFLECT에는 총 954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이 중 479명(50%)은 B형간염에 의한(이하 HBV), 217명(24%)은 C형간염에 의한 간암 발병(이하 HCV)환자로 구성됐다.

임상결과 전체 OS는 렌비마군 13.6개월, 넥사바군 12.3개월로 나타났다. 소폭 앞서긴 하지만 우월성을 입증했다고 보기 어렵다. HCV OS 하위분석에서도 렌비마군 15.3개월, 넥사바군 14.1개월로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반면 HBV OS 하위분석에서는 렌비마군 13.4개월, 넥사바군 10.2개월로 나타났다. 렌비마군은 전체 OS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지만 넥사바군에서는 OS가 다소 짧아진 것.

ⓒ의협신문
ⓒ의협신문

이 결과만으로 넥사바가 B형간염으로 기인한 간염에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확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이어졌던 비교임상에서 넥사바의 HBV 세부 데이터는 어떨까.

2013년 화이자는 신장암치료제 '수텐(성분명 수니티닙)'의 간암 적응증 확대를 위한 넥사바와의 비교 임상을 진행했다. 이 임상에서는 HBV 290명(54.7%), HCV 113명(21.3%)가 포함됐다.

그 결과 넥사바군의 전체 OS는 10.2개월로 나타났으며 HBV는 8.0개월, HCV에서는 17.6개월로 나타났다. 

같은해 BMS는 후보물질인 브리바닙과 넥사바의 비교임상을 진행했다. 이 임상에서 넥사바는 HBV OS가 8.1개월로 HCV OS 12.9개월보다 짧았다. 해당 임상에는 HBV 204명(45%), HCV 71명(20%)으로 구성돼 전체 OS는 9.9개월이었다.

2015년 애보트의 후보물질 리니파닙과 넥사바와의 비교임상 결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넥사바군은 HBV 276명(53%)이 포함된 임상결과 HBV OS는 8.2개월, 전체 OS 9.8개월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임상에서 넥사바군의 HBV OS가 짧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실패로 귀결된 수텐·브리바닙·리니파닙의 임상으로 넥사바의 HBV 효과에 대해 판단할 수는 없지만 여러 임상에서 나타난 경향에 대해서는 추측 가능하다.

박중원 국립암센터 교수(소화기내과)는 "임상연구 디자인이 어떤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앞선 임상시험 당시에는 B형 간염 바이러스 조절 상태에 대한 반영이 결여돼 있었다. 렌바티닙(렌비마) 임상 또한 HBV 하위분석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 하지 않았다. 편향오차를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임상결과로 B형간염 기인 간암에 어떤 약을 써야 한다는 결론은 결코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또한 "소라페닙(넥사바)의 경우 임상시험 하위분석에서 전체 OS 대비 HBV 기인 간암 OS가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로 B형간염에 어떤 치료제를 써야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임상시험 하위분석을 치료에 적용하는 것은 임상의의 판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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