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개발에 의사 참여 절실합니다"

"의료기기 개발에 의사 참여 절실합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8.11.1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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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개발된 의료기기 적절한 수가보상 필수…임상시험 규제 정비 시급
박종관 전북의대 교수(전북대병원 비뇨의학과/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장)

박종관 전북의대 교수(전북대병원 비뇨의학과)는 지난 10월 19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제정한 제3회 '의료기기산업대상'을 받았다. 박 교수는 전북대병원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장을 맡고 있으면서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지원과 인프라 구축, 의료기기 임상 인식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학술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30건 이상의 의료기기 관련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 가운데 3건을 기술이전해 국산 의료기기 상용화에 기여했다.

그의 머릿속은 의료현장에서 의료기기를 사용하면서 갈무리된 고민과 아이디어로 채워진다. 켜켜이 쌓여가는 생각들은 '세상에서 하나 뿐인' '의료 현장에 맞는' '문제 없는' 의료기기 개발의 초석이 된다.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않으리라."(창세기 28:15)

박 교수는 성경의 한 구절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동안 이뤄놓은 의료기기 관련 연구물들이 더 좋은 기기를 만드는 데 의미 있게 쓰이기를 소망하며 말씀을 놓지 않는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언제나 새로움을 향해 내딛는 첫 발걸음이 된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지난달 19일 제3회 <span class='searchWord'>의료기기산업대상</span> 시상식을 열었다. 이경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왼쪽)이 박종관 전북의대 교수에게 상패와 부상을 전달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지난달 19일 제3회 의료기기산업대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경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왼쪽)이 박종관 전북의대 교수에게 상패와 부상을 전달했다.

수술하는 임상의사로서 의료기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도 숨은 뜻을 묻는다.

"수술하는 의사에게 의료기기는 언제나 눈과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의료기기의 불편한 점,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든 해결하지만 다음 수술을 생각하면 또 고민이 됩니다. 이 고민을 해결하다 보니 특허도 많이 등록하고 또 그 중엔 산업화로 이어져 환자에게 쓰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특허가 제품화되면서 의사들에게 "아이디어가 참 좋습니다…골치아픈 문제가 없어졌네요"라는 격려의 말을 들을 때는 마음이 뭉클합니다. 그 때 마다 현장감 있는 좋은 의료기기 개발에 집중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깁니다."

그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유일한 의료기기를 개발해 많은 의료인이 사용하는게 꿈이다. 그의 꿈은 현실이 될까.

"의료인이 의료기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기기의 필요성이나 개선점 그리고 발전가능한 지점까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이 제품화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기는 하지만 가장 바람직합니다. 의료인이 함께 하면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한 최적의 의료기기가 나올 것입니다. 의료기기 회사 입장에서는 의료기기 개발을 계획할 때부터 전문가를 참여시켜 공동개발해야 합니다. 실패를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의료기기는 약물과 달리 위약 대조군을 만들기도, 대단위 환자군에 대한 임상시험도 불가능하다. 뛰어난 국산 제품이 나와도 임상시험 장벽에 막히기 일쑤다. 그가 의료기기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문제가 있는 과거 기기를 환자에게 사용하면서 새로운 기기와 비교해 임상시험을 한다는 것은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게는 윤리상 허락되지 않습니다. 물론 의료기기 임상시험이란 새 기기에서 과거 기기의 단점이 개선됐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지만 쉽지 않기에, 기존에 사용하는 외국 의료기기와 비교를 하게 됩니다. 결국 다시 외국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됩니다. 물론 좋은 의료기기라면 외국 것을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수가 포함된 환자의 대조군을 비교한 임상과 그 결과물로 만든 임상논문 여러 편을 요구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라도 힘들고 불가능한 과정입니다. 관계부처에서도 임상시험 자료에 대해 바꿀 것은 눈치 보지 말고 과감하게 바꿔야 합니다. 모두에게 도움되는 길입니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의료인과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기기 개발과 시장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의료기기에 관심을 갖는 의료인과 기업이 많이 나타나야 합니다. 의료기기를 개발하려는 기업은 처음부터 유사한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의료인과 같이 아이디어부터 생산까지 같이 진행해야 합니다. 의료인 보다 더 많은 노하우를 가진 의료기기 개발자는 없습니다. 애써 만든 의료기가 의료인의 생각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사장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장은 빠르게 변합니다. 잠깐 사이에 유사한 기능을 가진 또 다른 글로벌기업의 의료기기 수입됩니다. 사용자나 생산자나 밀접한 관계 속에서 협력해야만 우리 의료기기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적절한 수가보상도 그 중 하나다.

"새로 개발된 의료기기에 대한 적절한 수가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 의료기기로 환자를 치료해 좋은 결과를 얻고, 이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로 더 좋은 의료기기를 만들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의료기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정부는 새 설비를 만들어 기존보다 탁월한 효능의 기기를 생산해도 기존과 같은 수가를 책정합니다. 새 기기 개발 비용이 고스란히 손해로 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기업도 나서지 않게 됩니다. 정부는 멀리 봐야 합니다. 의료인·기업의 개발의욕 저하는 결국 환자의 생명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좋은 것을 만들어 내는 노력에 대한 적절한 수가체계가 절실합니다. 하찮은 의료기일지라도 생산하고 사용도 해봐야 문제점을 알고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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