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보건복지위 예결소위 '격돌'...질병관리본부 "연구용역 중...신중 접근"
예결소위 파행, 전체회의 연기...예산 편성 여부 각 당 간사협의서 결정
국가예방접종사업(이하 NIP)에 65세 이상 노인 대상포진백신 도입 여부를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13일 열린 보건복지부 예산결산 심사 소위원회(예결소위)에서 야당은 NIP 예산으로 편성해 줄 것을 요구한 반면 여당은 예방 효과도 확인되지 않은 고가백신을 포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팽팽히 맞섰다.
여야는 복지 분야 예산 편성을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 결국 예결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의결하려던 보건복지위원회의 계획은 무산됐다.
예결소위에서 대상포진백신 NIP 도입 예산 편성과 복지 분야 예산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여야는 오후로 열기로 예정한 전체회의를 연기했다. 여야는 쟁점 예산에 대해 각당 간사들이 협의, 결론을 내린 뒤 전체회의를 열어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의결키로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예결소위에서 자유한국당 김승희·신상진 의원과 민주평화당 최도자 의원 등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대상포진백신 NIP에 도입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 의원들은 "노인들이 고가백신을 자비 부담으로 접종받기 힘들어 극심한 고통을 참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상포진백신 NIP 도입에 필요한 예산은 집행 첫 해 5000∼7000억원이, 이후에 매년 400∼6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당 의원들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아직 보건당국이 백신의 예방 효과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NIP 도입 예산 편성이 이르다"고 맞섰다.
야당 의원들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순증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질타하며 예산 책정을 요구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대상포진백신에 대한 예방 효과와 비용 효과성 검증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면서 "당장 내년 예산에 NIP 도입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버텼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접종 대상을 65세 이상에서 의료급여환자로 축소하는 정도의 예산이라도 편성하라"고 몰아붙였다.
대상포진백신 NIP 도입 예산 편성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은 대상포진백신 NIP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올해 초 추경예산안 심의를 위한 예산결산위원회에서도 예산 배정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노인 의료비 부담 완화라는 명분에도 여당이 대상포진백신 NIP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를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초 추경예산 심의 당시 자유한국당이 보건복지위원회 논의도 없이 갑자기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예방 효과와 비용 효과성을 검토한 후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보고했다. 현재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연말쯤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용역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 데 야당이 무리하게 예산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이 관계자는 "대상포진백신 NIP 도입 시 엄청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구용역을 통해 예방 효과와 비용 효과성을 입증한 후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대상포진백신은 고가인 데다 MSD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점적으로 생산·공급하고 있어, 자칫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다"며 "해당 제약사들이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을 통해 백신의 NIP 도입을 위해 로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귀뜸했다.
한편, 현재 국내 시장에 나와 있는 대상포진 백신은 MSD의 '조스타박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 2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