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공약 이행·국산 백신 살리기, 2가지로 압축 가능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 없이 예산 반영은 시기상조"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여야가 격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야당 의원들이 내년도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대상포진백신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상포진백신의 NIP 진입에는 첫해 5000∼7000억원, 이후 매년 400∼6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이에 여당과 담당기관인 질병관리본부는 진행 중인 효용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반대에 부딛히자 야당 한 의원은 "접종 대상을 65세 이상에서 의료급여환자로 축소하는 정도의 예산이라도 편성하라"고 주장을 하기도 했다. 도대체 왜 야당은 검증 과정에 있는 대상포진백신의 NIP 진입에 매달리는 것일까.
22일 <의협신문>은 대상포진백신 관련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야당의 주장 배경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은 6.13 지방선거 공약의 이행이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대상포진백신의 NIP 도입을 당 차원의 공약으로 내세워 노인층 표심잡기에 나선 바 있다.
선거는 여당의 대승으로 끝났지만, 노인층에 대한 복지정책은 호응이 있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노인층에 대한 보건의료 복지는 현재 상황에서 추가할 만한 것이 많지 않다. 대상포진백신이 그 대안 중 하나로 떠올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지지층이 고령이라고 알려진 자유한국당 등 야당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공약이다.
문제는 대상포진백신 자체에 있다. 아직 NIP 도입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예산소위에서 "대상포진백신에 대한 예방 효과와 비용 효과성 검증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면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예산에 편성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연구용역에서 대상포진백신의 NIP 도입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가 치료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몸속에 숨어있다가 몸이 약해지거나 다른 질환으로 생체 내 면역기능이 떨어졌을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현한다.
다시 말해 옮지 않는 질환이다. 질병관리본부는 NIP 도입에 감염 질환에 대한 백신을 우선하고 있다. 전 국민이 매년 노출되는 독감에 대한 백신도 여전히 도입 연령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이유는 예방률이다. 10년간 국내 대상포진백신 시장을 독점해온 MSD의 '조스타박스'는 예방률이 50%대로 알려져 있다. 프리미엄 백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예방률이 낮다.
최근 출시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는 아직 예방률 자체에 의문부호가 찍혀 있다. 조스타박스와의 비열등 임상만으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국내 제약환경 탓에 장기·대규모 임상시험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현장에서 실제로 처방된 결과를 확인해 예방률을 검증하겠다"며 조스타박스와 엇비슷한 수준의 예방률을 추측했다.
여기에 야당이 적극적으로 대상포진백신 NIP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가 있다. 국산 프리미엄 백신에 대한 지원이다. 정부가 백신 국산화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사장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조스터는 SK가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 백신을 표방해 출시한 제품이다. 하지만 비열등 임상뿐인 데이터로 조스타박스와 비교할 때 싼 가격 외에 어떤 강점도 가지고 있지 않다. 싼 가격과 영업력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세계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GSK의 대상포진백신 '싱그릭스'의 시장진입이 다가온다는 점이다. 싱그릭스는 90%가 넘는 예방률로 미국 시장에서 조스타박스를 밀어내고 있다.
국내 시장 진입 시 조스타박스에도 미치지 못하는 스카이조스터가 살아남기는 힘들다. 다만 그 전에 NIP에 진입해 고정 매출을 만들고 시장 수성에 나선다면 가능성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