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 '선진입 후평가' 안착될까

의료기술 '선진입 후평가' 안착될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8.11.2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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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료기술 별도 평가·체외진단기기 선급여 등 입장차 뚜렷
평가유예 땐 즉시 퇴출 명문화 필요…안정성·유효성 확보 관건

의료기기 분야 규제개혁안에 대한 각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의료기술 선진입 후평가제도'에 대한 찬반 의견도 분분하다.

11월 23일 서울대치과병원에서 열린 한국보건의료기술학회 학술대회에서 "규제 혁신을 과학이 아닌 정치적,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이선희 가천대 교수(간호대학)는 "질병 심각 정도·환자 부담·희귀성 보다는 안전성·유효성·기능 개선·환자만족도가 평가기준이 돼야 한다"면서 "의료기술평가 모호하거나 정치적이어선 안된다. 의료기술평가는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강조했다.

"신개발 유망기술에 대한 가치평가와 사회적 요구도가 많은 기술 등 두 가지 다른 속성을 한 데 넣고 평가하다보니 혼동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 이 교수는 "혁신기술의 정의부터 다시 내릴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발표안은 심도있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의료기술 선진입, 후평가 제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보건의료영역은 가치 충돌 여지가 많다. 보건의료적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번 개선안은 보상 부분에 집중했다"면서 "의료민영화 정책의 하나"라고 혹평했다.

김 대표는 "혁신에 대한 가치도 제대로 정립하지 않았고, 7월 개선안 발표 이후 개별급여 항목에 대한 여러 논란이나 반대여론이 있었는데 논의자체가 되지 않았다"면서 "지나치게 산업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는 선진입 후평가 방식이 아닌 현재의 제한적인 의료기술평가를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기 산업계는 열악한 국내 의료기기 업계가 감내하고 있는 고충을 토로했다.

이정은 수젠테크 부사장은 "업계의 입장은 규제를 없애달라는 것이 아니라 중복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이라며 "규제는 강화해야 하지만 중복규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의 목적은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밝힌 이 부사장은 "체외진단 분야는 많은 고용을 창출한다. 60억 매출에 석·박사 연구인력 50명을 포함해 100명의 직원이 있다. 경력단절 후 재취업한 인력도 많다"며 "제조업체를 키우는 것은 국가 경제에도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규제 혁신을 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변의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등재실장은 "건강보험 신속등재를 통한 시장 진입은 합리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지만 관리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체외진단 분야의 후평가 대상품목은 건강보험에서 예비코드를 부여해 별도의 카테고리로 운영하면서 평가유예 사례가 발생할 경우 즉시 퇴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변 실장은 "국민건강과 안전을 제일 과제로 기관간 정보 공유·교류 확대를 통해 업무 전반을 돌아보며 개선할 것"이라며 중도적 입장을 취했다.

'의료기기 규제혁신 제도' 주제발제를 맡은 신채민 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본부장은 "의료기술 선진입 후평가 제도의 제일 목적은 안전성·유효성"이라면서 "각계의 의견과 자문을 제도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기기 분야 및 산업육성을 위해 규제 개혁에 나선 가운데 내년부터 도입되는 혁신의료기술 별도 평가 트랙 도입, 체외진단 <span class='searchWord'>선진입후평가</span>제도 등에 대한 관련 업계와 정부기관, 학계, 시민단체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향후 제도 연착륙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11월 23일 열린 한국보건의료기술학회 학술대회.
정부가 의료기기 분야 및 산업육성을 위해 규제 개혁에 나선 가운데 내년부터 도입되는 혁신의료기술 별도 평가 트랙 도입, 체외진단 선진입후평가제도 등에 대한 관련 업계와 정부기관, 학계, 시민단체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향후 제도 연착륙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11월 23일 열린 한국보건의료기술학회 학술대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19일 규제개혁안을 발표한 이후 보건의료연구원(NECA)은 의료기기 규제 혁신 계획을 마련, 최종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NECA는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개혁 방안으로 ▲혁신의료기술 별도 평가 트랙 도입 ▲체외진단 선진입 후평가 제도 등을 마련,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혁신의료기술 별도 평가트랙은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잠재적 가치를 추가 평가해 안전성을 확보한 경우에는 문헌적 근거가 부족해도 시장진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혁신의료기술 전문가와 환자·시민단체 등으로 별도의 전문평가위원회를 구성, 별도 평가트랙을 통해 시장진입 의료기술을 평가하며. 일정기간 후 재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주요 평가기준은 ▲기술적 속성(신개발 유망 의료기술·맞춤형 의료기술·혁신첨단기술 활용 의료기술) ▲사회적 속성(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질환·대체기술이 없는 의료기술) ▲의료적 속성(환자 친화적 기술·의료행위 질 향상) 등이다.

혁신의료기술의 의료현장 도입에 따라 예상되는 환자 치료효과와 사회적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8가지 평가항목은 △질병의 중요성 △질병의 희귀성 △환자의 신체적 부담 △삶의 질 △환자의 경제적 부담 △남용 가능성 △대체기술 유무 △기술 혁신성 등이다.

평가절차는 기존의 안전성·유효성 평가에 혁신의료기술의 포괄적 가치평가를 추가한 형태로 진행한다.

평가를 통과하면 일정기간 동안 근거 축적을 조건으로 의료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조건부 신의료기술'로 승인한다. '조건부 신의료기술'은 근거 창출을 위한 과정관리를 통해 일정기간 경과 후 근거 기반의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NECA는 콘텍트렌즈형 센서를 이용한 24시간 연속 안압측정기·환자 맞춤형 3차원 모형 이용 심장기형질환 수술·허혈성 심부전 환자를 위한 경치적 좌심실 분리술 등에 대해 혁신의료기술 평가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으며, 12건에 대해 별도평가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혁신의료기술평가 소위원회는 의료계 4인·기술 전문가 3인·시민단체 1인 등으로 구성하며, 위원장은 신의료기술평가 전문가를 선임한다.

체외진단기기는 '선 시장진입 후 평가제도' 도입에 따라 단계적 사후평가방식으로 전환키로 했다. 감염병 관련 제외진단검사 분야는 내년 1월부터, 체외진단검사 전분야는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체외진단검사 분야의 후평가 대상은 기존기술 범주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받지 못한 체외진단검사. 체외진단검사에 사용하는 체외진단기기는 선진입 전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선진입 대상 체외진단 검사는 별도 등재절차를 신설, 보험결정 기준에 따라 심평원에서 '조건부 예비급여' 또는 '조건부 비급여'로 결정한다.

평가 유예기간 내에 NECA에 신의료기술평가를 의무적으로 신청해야 하며, 평가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평가유예를 중단하고 직권평가를 실시키로 했다.

평가신청 때는 유예기간 내에 확보한 임상데이터·임상보고서나 출간하는 임상문헌을 제출해야 한다.

후평가는 평가 신청 건 별로 별도의 소위원회를 구성, 심층평가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는 임상전문가·근거기반 의학 전문가 외에 보건의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등이 참여할 계획이다.

평가결과는 심평원에 통보, 필수급여·예비급여·비급여·급여사용 중단을 결정하게 된다.

심평원은 사후평가에서 탈락한 의료기술은 급여 사용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NECA는 신의료기술평가의 심사 문헌 범위·심사기준·평가결과 공개 절차 투명성 확보를 위해 평가절차·평가방법·신의료기술 승인/탈락 사례 등을 담은 가이드북을  발간, 배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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