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준 순천향대 교수(구미병원 신경과)
2008년 보건복지부가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10년이 넘어섰다. 제1차 치매관리종합계획 발표 이후 치매에 대한 세 차례의 치매관리종합계획이 수립, 발표되면서 국가적 치매관리의 기반이 어느 정도 구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국가 치매관리계획의 일환으로 2017년 9월 발표된 치매국가책임제는 전국의 치매안심센터를 확충하는 데 기본을 두고 있다.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구미시 선산에도 기존 보건소를 증축해 곧 치매안심센터가 정식 개소할 예정이며, 현재는 임시 진료소를 운영 중이다. 협력의사로 파견돼 치매를 진료하고 있는 의사로서, 치매안심센터의 운영에는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장점은 국가에서 인력 및 비용을 제공하기 때문에 각 지역 단위 병원에서 감당하기 힘든 치매환자의 선별 및 진단에 보다 여유 있는 인력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 인력들을 통해 치매 예방부터 치료, 장기요양서비스 연계까지 치매 관리 전 과정에 있어서 유기적으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구미시 선산 보건소(관할인구 약 8만 5천명) 기준으로 치매안심센터 전담인력은 작업치료사 1명, 사회복지사 1명, 간호사 5명이 배정되어 있다. 간호사 중 2명은 주로 치매환자의 신경심리검사를 전담하고 있다.
2차검진은 비문해 환자가 많은 농촌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LICA short form 을 시행 중이다. 다른 3명은 지역 내 치매환자의 치매관리, 타 질병관리, 장기요양 서비스 연계 안내 등을 시행하고 있다. 추후 12월에 치매안심센터가 완공되면 진료실 및 인지기능 검사실 이외에 인지재활치료실을 따로 설치하여 운동치료, 인지훈련치료, 회상치료, 음악치료 등을 인지기능 저하자를 대상으로 작업치료사가 시행예정이다.
또한 이전에는 의료 시설이 풍부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치매 2차 검진을 받기 위해 먼 곳에 있는 병원까지 가야 했으나, 치매안심센터의 개설로 비교적 가까운 지역에서 2차검진(신경심리검사) 을 시행할 수 있어 이전 치매검진 사업 때 보다는 환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치매안심센터가 성공적인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치매환자를 관리할 국가의 재정 대책과 치매안심센터에 파견되는 전문인력에 대한 고민이다. 일차적으로 치매안심센터를 관리할 재정적 기반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는 어려울 수 있고, 혹시 비용 부담이 어려울 경우 늘어나는 비용을 각 병원에 부담 지우지는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우려가 있다.
재정적 기반만큼 중요한 것이 치매안심센터에 파견되는 인력이다. 치매안심센터의 운영으로 치매 관련 서비스에 대한 환자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해당 시스템 안에 있는 의료진의 역량이 충분한지는 파악되고 있지 않다. 치매안심센터에 파견되는 협력의사의 역량에 따라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전체적인 치매 의료서비스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의사의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파견의사의 보건소 내 지위가 확실하지 않아 치매안심센터의 여러 구성원을 리드해 나갈 구체적인 권한이 부재한 것도 문제다. 충분한 인력이 있어도 각각의 인력이 적재적소에 쓰이지 못한다면, 그 지역사회 치매환자의 적절한 진단이 힘들 수 있고, 애써 보급된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치매안심센터에 대해 아직 개선 및 보완될 점이 분명히 있다. 앞으로도 국가가 치매환자 및 가족에게 실질적인 의료혜택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시설확충과 같이 비교적 단기간에 해결 가능한 문제뿐만 아니라 치매관리 시스템에 대한 장기적인 고민도 병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중간중간 치매안심센터의 시행 결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치매안심센터는 최종적인 전문의료시설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 치매를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병원과 보건소가 서로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이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