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공의 생기면 전임의 '펠노예' 신세

임신 전공의 생기면 전임의 '펠노예' 신세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11.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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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수련 80시간…편법과 합법 아슬아슬 줄타기
"근로기준법 지침 마련하고, 수련비용 정부 지원해야"
대한의학회 임원 아카데미 '수련환경 변화와 대책' 논의

11월 30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는 '전공의법 시행에 따른 수련 환경의 변화와 대책'을 논의했다. ⓒ의협신문
11월 30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는 '전공의법 시행에 따른 수련 환경의 변화와 대책'을 논의했다. ⓒ의협신문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시행 후 전공의 수련 시간(주당 80시간)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진료현장에서는 합법과 편법을 오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벌어지고 있다.

당직표상 출퇴근 시간과 실제 근무시간이 다르고, 아침 집담회와 컨퍼런스로 수련 시간을 준수하기 힘든 실정이다. 휴식 시간을 정확히 지키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여성 전공의가 임신할 경우 당장 진료 공백이 생겨 동료 전공의의 부담이 가중되고,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전임의가 업무를 대신 떠맡으며 '펠노예'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월 30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는 '전공의법 시행에 따른 수련 환경의 변화와 대책'을 논의했다.

아카데미에 참석한 대한내과학회·대한가정의학회·대한영상의학회 수련이사들은 전공의법 시행 이후 많은 학회가 전공의 수련교육 목표를 연차별로 새롭게 정하고, 역량 중심 교육을 진행하면서 전공의 주당 수련 시간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반면,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소아과학회·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수련이사들은 수련교육 목표를 개선하고, 전공의 수련 시간을 지키려 하고 있지만, 실제 근무시간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임의·교수들의 업무 강도가 심해지면서 갖가지 편법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최두석 대한산부인과학회 수련위원장(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은 "임신한 전공의가 '오후 10시 이후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 및 휴일에 근로시키지 못한다'는 근로기준법을 지키느라 다른 전공의 의 주당 당직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가 임신하면 예측할 수 없는 진료 공백이 발생하고, 동료 전공의가 당직 근무를 더 많이 하면서 전공의들 간에도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전공의가 임신하면 일괄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하고, 주 40시간 단축 근무를 해야 하므로 다른 전공의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최 수련위원장은 "임신한 전공의에게 근로기준법을 따르도록 할 때 명확한 실행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면서 "근로기준법에 반해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늦게 알릴 경우 수련 기간 측면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소아청소년과도 산부인과 못지않게 전공의 근무와 당직 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윤신원 대한소아과학회 수련교육이사(중앙의대 교수·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법 시행으로 전임의 업무가 가중되면서  '펠노예'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고, 당직 서약서까지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련비용과 소아 중환자실 전담의·신생아 중환자실 전담의 등 대체인력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수련환경을 개선했기 때문에 이대 목동병원처럼 진료공백으로 환자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법을 어기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고 밝힌 윤 수련교육이사는 "근무시간 이외에 ID 접속이 안되다 보니 다른 전공의 ID로 접속해 불가피하게 오더를 내리는 경우도 있고, 수련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낮에는 off 나갔다가 당직을 위해 야간에 근무하는 기형적인 상황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 수련교육이사는 "실제 근무시간과 당직표상 출퇴근 시간이 다르고, 학회 참석이 근무의 연장인지 여부, 해외 학회를 교수와 다녀올 경우 다른 전공의와의 형평성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라면서 "높은 급여를 주더라도 입원전담 전문의제도를 비롯해 응급실전담 전문의와 임상보조인력(CA)을 도입하고, 탄력적인 근로기준법 적용을 고려하자"고 제안했다.

손상호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은 "전공의법 시행 후에도 전공의 63.3%가 주당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며, 실제 당직 일정과 당직표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36.0%로 조사됐다"면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여 제대로 수련이 이뤄지고 있는지 평가하고, 이동 수련 절차도 개선해 수련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전공의 수련비용에 대해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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