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안전하고 편견없는 정신건강시스템 구축해야"
사법입원제·후송 지원·외래치료명령제 강화 제안...준사법 기능 필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정신건강 시스템 구축을 위해 '사법입원제도'의 전면 도입과 정신응급환자 후송 지원(경찰·119), 그리고 외래치료명령제의 작동 기전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정신건강시스템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준사법기관'의 기능과 역할이 필요하는 조언도 내놨다.
정신질환자의 경우 현행제도에서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아 입원 치료를 권해도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거나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
신경정신의학회는 10일 학회 사무실에서 '안전하고 편견 없는 정신건강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자회견' 열고 ▲정신 응급환자 후송 지원 ▲정신 응급치료 및 급성기 치료 기반 확충 ▲의료기관 안전관리 기금 마련 ▲의료기관 안전을 위한 인력 배치에 대한 국가 지원 ▲외래 치료 명령제 작동 기전 마련 ▲병원 기반 사례관리 지원 ▲지역사회기반치료를 위한 준사법적 기관 설립을 요구했다.
특히 준사법적 기능과 행정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위원회나 기구가 없기 때문에, 법과 제도를 개선해 정신질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사법기관은 정신 응급치료(급성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경찰관과 119 소방대원의 공권력을 이용해 환자가 정신병동을 갖추고 있는 병원까지 안전하게 이송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1년에 4건밖에 시행되지 않는 유명무실한 현재의 외래치료명령제도 준사법적 기능과 안전행정 기능과 권한을 갖는 체계가 갖춰지면 환자 보호자의 동의 없이 의료기관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비자의 입원에 대해서는 준사법기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됐지만, 환자의 인권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공권력에 의해 강제로 환자를 입원시킬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고 임세원 회원의 경우처럼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환자가 흉기를 휘두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치료적으로 불가피한 비자의 입원은 사법입원의 형태로 국가 공권력의 책임하에 이뤄지도록 정신건강복지법을 신속해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유진 신경정신의학회 총무이사는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통해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으로 환자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며 "자신의 판단이 불가능하고 피해망상 등이 심한 환자를 그냥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반인권적"이라며 사법입원제도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밖에 준사법기관은 병원 기반 사례관리를 지원할 수 있다. 외래치료지원(준사법적 권고)과 병원 기반 사례관리를 지속해서 관리해 탈락하는 환자들의 문제점을 파악한 뒤 행정입원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신경정신의학회에서 제안하고 있는 준사법기관은 ▲응급 정신의료체계 정비를 통한 정신 응급환자의 정신응급지정의료기관으로의 후송 지원 ▲보호자 동의 없이도 외래치료지원(준사법적 권고) 신청(외래치료명령제) ▲병원 기반 사례관리 지원으로 환자 지속해서 모니터링 ▲비자의 입원에 대한 사법행정기관의 입원 판단(사법입원제도) 여부에 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권준수 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와 정신건강심사위원회를 통합하고 지역사회기반치료를 준사법적 기관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준사법기관을 새롭게 설립할 것인지, 아니면 가정법원에서 이런 업무를 수행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준사법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학회가 공통되게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어느 법에서 준사법기관(기구) 설립 근거를 마련할 것인지 논의가 충분하지 않고, 가정법원을 준사법기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회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등이 안전하고 편견 없는 정신건강 시스템 마련에 대해 모두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를 볼 때 사회적 합의 및 논의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권준수 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사법입원 등에 대해 논의했다"며 "아직 법원이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대를 하는 몇몇 국회의원들도 있지만 고 임세원 회원과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민간(의사 및 환자 보호자)에 맡겼던 책임을 이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주와 미국의 사례를 잘 살펴보고, 다양한 논의를 통해 우리나라에 맞는 모델을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 전강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국가적 수준의 대책 마련과 추진을 위해 국가 차원의 기구가 설치돼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 '(가칭)국민정신건강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다.
정신 보건예산을 5% 확보할 것과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의 의료기관 내 폭행 근절 법안 마련, 의료기관 안전을 위한 구조 개선 및 인력 배치에 대한 국가 지원, 의료기관 안전관리 기금 신설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