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희 한미약품 전무(마케팅사업부 본부장)
한미약품은 기본에 충실하다. 지속적인 R&D 투자와 신약 개발을 통해 환자와 의료진에게 보답하는 데서 가치를 찾는다. 제약회사의 본분을 지키는 한미의 가치는 지난해 뚜렷한 성과로 이어졌다. 국내 처방의약품 시장에서 최근 10년 내 가장 큰 성장을 일궜다. 다국적제약사의 '도입 품목' 없이 한미의 자체 개발 제품으로 이룬 성과다.
한미의 새해 각오 역시 과감하고 지속적인 R&D 투자다. 제약 노정에서, 손쉬운 곁길로 들어서지 않고 매출 증대의 달콤한 유혹도 외면한 채 그들만의 가치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다. 외로운 선택의 원천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지난해 저희 성과와 과감한 R&D 투자는 모두 한미약품에 사랑과 신뢰를 보내주신 선생님들 덕분입니다."
한미약품 영업·마케팅을 총괄하는 박명희 전무(마케팅사업부 본부장)는 의사들의 사랑과 신뢰를 제일 먼저 꼽았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예비하는 그에게 새해는 어떻게 펼쳐질까.
지난해 주력 품목의 고른 활약으로 원외처방액 5000억원을 돌파했다. 10여년간 이어진 답보의 올무에서 벗어나 두자릿수 성장을 이루고 외형과 내실을 다졌다.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난해 성과는 외국산 의약품을 도입해서 판매하는 '상품매출'이 아닌 한미가 직접 개발한 제품으로 일군 성과라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차별화된 제품, 학술데이터 기반의 근거중심 마케팅, 영업사원들의 성실한 노력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 선생님들께서 한미약품을 신뢰하고 관심을 가져 주신 덕분입니다. 실제로 영업·마케팅 현장에서 한미약품에 대한 큰 관심과 성원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토종 제약사로서 한미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격려해 주실 때는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차별화된 제품 독자 개발'은 누구나의 바람이지만 아무나 누리지 못한다. 지금은 대세가 된 개량·복합 신약도 그들이 첫발을 뗐다. 자체개발 제품으로 매출을 일으키고 수익을 다시 R&D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통해 구현하는 가치와 철학이 돋보인다.
"한미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끝나기만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경쟁력 있는 제품이 있다면 저희 방식으로 재해석해 제제 연구에 매진합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의약품으로 기술을 축적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신약을 창출하자는 창업주 임성기 회장님의 철학이 사내 전반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저희 노력으로 일군 경쟁력 있는 국산 제품들이 선생님들께는 새로운 치료 옵션, 환자들에게는 복용 편의성 증진, 국가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자체개발 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독보적이다. 20여년간 R&D에 천착해온 원동력이다.
"지난해 자체 기술(제품·신약 라이선스·수출 등)을 통한 매출은 전체의 95%에 이릅니다. 상품 매출 비중이 40∼75%에 이르는 국내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20여년간 전체 매출의 15∼20%를 R&D에 투자할 수 있었던 동력은 자체 개발 제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한 과감한 R&D 투자는 선생님들의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희에게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글로벌 신약 개발을 통해 한미가 제약강국, 의료강국으로 도약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의 중심은 역동성에 있다. 한 발 앞선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2009년 출시한 복합신약 아모잘탄은 ARB(로사르탄)과 CCB(암로디핀)를 결합한 복합제로서 연매출 600억원을 달성한 블록버스터입니다. 아모잘탄에 이뇨제 성분 클로르살리돈(Chlorthalidone)을 결합한 아모잘탄플러스, 고지혈증치료제 로수바스타틴(Rosuvastatin)을 합친 아모잘탄큐 등 3제 복합제 2종을 포함해 '아모잘탄패밀리'로 의료진을 찾아 뵙고 있습니다. 올해 아모잘탄 출시 10주년을 맞아 아모잘탄패밀리 제품군으로 100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해 500억원대 매출을 돌파한 고지혈증치료 복합신약 '로수젯'도 기대가 큽니다. 몬테리진은 순천향대 부천병원 등 22개 기관에서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환자 220명을 대상으로 몬테리진의 MDNSS 효과를 몬테루카스트 단일제와 비교한 연구를 통해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Naproxen과 Esomeprazole을 결합한 '낙소졸'은 심혈관계 위험성과 속쓰림 등의 부작용 등을 내포한 Celecoxib 대비 우수한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한 제품입니다."
그들의 강점은 축적된 한국인 임상데이터다. 자체 개발에 주력하면서 자연스레 얻은 덤이다. 감춰진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저희는 대부분이 자체개발 제품이다보니 한국인 임상데이터가 가장 많습니다. 임상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술지에 발표하고 심포지엄 등 학술활동을 통해 신뢰를 얻게 됐습니다. 축적된 임상데이터를 바탕으로 치료 가이드라인의 변화를 신약개발에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과감한 R&D 원동력…차별화된 제품 최대 성장률 달성
학술기반 근거중심 마케팅 박차…'글로벌신약' 보답할 것
글로벌 신약을 향해 내디딘 발걸음이 무게를 갖는다. 임상 무대는 물론 전세계다.
"현재 27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 후보물질은 사노피·얀센·제넥텍·스펙트럼 등에 라이선스 아웃됐고 글로벌 임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약은 비만·당뇨, 항암, 자가면역질환, 희귀질환 영역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특히 비만·당뇨, 희귀질환 영역은 바이오의약품의 단점인 약효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됐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이 기술을 적용한 호중구감소증치료 신약 '롤론티스'를 FDA에 시판허가 신청했습니다. 합성의약품 중에는 비소세포폐암 엑손20 변이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포지오티닙'의 혁신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스펙트럼이 임상을 진행 중인데, 이르면 올해 중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포지오티닙은 전세계 폐암 환자의 4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중국에서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는 성역(?)을 파괴했다. 성별로는 자리의 높이도 위치도 정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역량이 최대한 나타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한미의 조직문화다.
"저는 전문의약품 전체 품목의 마케팅전략과 실행, 영업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마케팅과 영업은 남성의 전유물로 여기지만 한미약품에선 아닙니다. '여성만의 특별한 리더십'이 아니라,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중용합니다. 현재 전체 임원 50명 중 여성 임원이 13명(26%)입니다. 여타 대기업과는 비교조차 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개인의 능력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합니다. 직원들도 이런 조직문화 속에서 자부심을 갖고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성과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한미약품의 대외적인 위상 제고도 큰 몫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성과는 이어질 때 생명력을 갖는다. '가슴 뜨거운 한 해'를 다시 맞기 위한 그의 다짐은 무엇일까.
"지난해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한 해였습니다. 이 반전과 긍정의 기운을 이어나가는 것이 새해 목표입니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선생님 한분 한분을 찾아 뵙고 근거중심 마케팅을 통해 더욱 신뢰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생님들의 학술적인 파트너가 되길 원합니다. 저희 역할 중 중요한 한 축이 선생님들께 학술적 지원을 해드리고 좋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상생의 파트너십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동안 저희를 잘 모르셨던 선생님들을 찾아 뵙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새로운 한미, 변화된 한미를 보여드리면서 신뢰받는 제약회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설렘으로 새해 첫 발을 내딛는다. 정도 경영·차별화된 제품·근거중심 마케팅은 오래된 미래처럼 낯설지 않다. 부드러움을 품은 강단은 한미의 미래를 가늠케 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성공과 실패는 도전의 가늠자가 아니다. 가야할 길이 있는 걸음에, 목표가 있는 도전에 응원이 이어지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