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20% 성장…지난해 원외처방 시장 규모 2000억원 돌파
치매예방약으로 오인하는 환자 많아…해외선 건기식 지적도
대표적인 치매 관련 의약품인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품군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조약·상표권 등으로 시장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던 선두업체들도 새 국면을 맞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월 31일 의약품 시장조사 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은 767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2.9% 성장했다. 뒤쫓고있는 종근당의 '글리아티린' 또한 같은기간 원외처방액 629억원, 전년 대비 23.7% 늘었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품은 알약 형태 53종, 연질캡슐 형태 76개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시장규모가 연간 2000억원이 넘는 이른바 돈 되는 시장이다. 이는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각 제약사가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이탈파마코는 국내 글리아티린 판매사를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바꿨다. 대웅글리아티린은 2015년 원외처방액 676억원을 기록하는 등 대웅제약 최고 매출액 품목이었다. 놓칠 수 없는 시장인 것.
이에 2016년부터 관계사인 대웅바이오의 제품 '글리아타민'을 주력 제품으로 시장공략에 나섰다. 오리지널 판권을 사들인 종근당 또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업계 라이벌인 양사는 상호 흠집 내기에 나서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동반성장이 됐다.
2015년 당시 1300억원 규모이던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이 불과 3년만에 2000억원 규모까지 커진 것.
치매 치료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대표적인 치매약 성분 '도네페질'의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병행하면 도네페질을 단독 투여하는 것보다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는 혜택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2012년 The ASCOMALVA trial 임상데이터)
그런데 치매 증상완화의 주된 치료제인 도네페질 시장 대비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 규모가 2배에 이른다.
제약사 관계자는 시장 성장의 배경으로 치매환자 증가를 꼽았다. 그는 "치매국가책임제뿐 아니라 전반적인 치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치매진단율도 올라갔다. 환자 수가 늘어나면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3년 새 치매치료의 가장 큰 변화는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이다. 현재 정식 개소된 치매안심센터만 전국 166개소에 이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성장과 치매국가책임제는 연관이 없으며 치매예방약이라는 오인을 꼽기도 한다.
일선에서 치매환자를 진료하는 한 신경과 전문의는 "치매국가책임제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제도상의 변화는 없다"며 "진단율이 다소 오르기는 했지만, 그 영향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규모 급증에 대해 "최근 치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환자들이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치매예방약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신경과 전문의가 아니라면 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를 구분하기 어려움에도 제한 없이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이 가능하다는 점도 배경으로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제한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한 약계 시민단체는 프랑스 사례를 들어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하고 나서 관심을 끌었다. 다수의 국가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콜린알포세레이트뿐 아니라 해외에서 건기식으로 취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인 제품에 대해 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하고 있다. 또한 급격하게 건보재정 소요가 커진 시장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종근당 등 콜린알포세레이트 제품을 판매하는 제약사가 이제는 시장 성장만을 과제로 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