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안아키 한의사 항소 기각...징역 2년·집행유예 3년·벌금 3000만 원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 적용...1심 판결 무게
인터넷 카페와 서적을 통해 극단적 자연치유 육아법을 전파, 아동학대 논란을 일으킨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이하 안아키) 운영자인 A한의사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구고등법원 형사2부는 12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부정 의약품 제조 등) 등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소위 '안아키 사건'에서 A한의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2018년 7월 27일 열린 1심(대구지방법원)에서는 A한의사에 대해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약품 제조) 등의 혐의를 적용,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식품위생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된 A한의사의 남편 B씨에게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A씨와 B씨 등에게 활성탄 숯을 판매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제조업자 C씨에게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 모두는 1심 재판에 대해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대구고법은 A씨의 항소심 기각은 물론 A씨의 남편 B씨과 여과 보조제인 활성탄을 식품원료로 판매한 숯 제조업자인 C씨의 항소 모두를 기각했다.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검증되지 않은 단순한 첨가물 여과 보조제로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관리·제조된 활성탄을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하면서 "영유아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복용을 권고하는 등 죄책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활성탄 제품에서 납이나 비소 등 유해중금속이 나오지 않은 점 ▲소화에 효능이 있다고 판매한 제품의 경우도 유해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점 ▲피고인이 상해나 부작용을 유발해 기소된 바가 없는 점 ▲부작용 등을 수사기관에서 명백하게 입증한 적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한의사와 남편 B씨는 2015년 1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410차례에 걸쳐 자신의 한의원과 안아키 카페에서 해독작용이 있다고 홍보하며 활성탄 숯가루를 개당 1만 4000원에 샀다.
그리고 개당 2만 8000원에 489개를 판매한 혐의와 2016년 4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자택에서 창출·대황·귤피·신곡 등 9가지 한약재를 발효시킨 한방 소화제를 개당 3만 원에 549개를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A, B씨 부부에게 활성탄 숯가루를 공급한 제조업자는 C씨는 2014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숯가마찜질방에서 산 숯으로 만든 활성탄을 FDA의 승인을 받은 것처럼 광고해 1만 4655㎏을 판매, 5억 4000만 원 상당의 수입을 얻은 혐의를 받았다.
A한의사는 부작용 사례가 쏟아지는 등 '아동학대' 논란이 커지자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카페를 폐쇄했다가 2017년 6월 20일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 키우기'(안아키) 카페를 다시 개설했다. 검찰 기소 후에도 유사 안아키 카페를 개설해 활동한 것.
대구고법 재판부는 "A한의사는 활성탄을 이용한 제품과 무허가 소화제를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대구고법의 항소심 판결에 대해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이사장은 "항소심이 기각된 것은 법원의 당연한 판단이자 상식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두 파티라든지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등 공중보건을 위태롭게 하는 부분과 아동을 극단의 고통으로 밀어 넣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의 주장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가 법적인 판단을 받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공 이사장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아동의 건강을 위협에 빠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원이 더욱 엄격한 처벌을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안아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2017년 입장문을 내고 "안아키는 근거 없는 황당한 치유법으로 혹세무민하는 것"이라며 "철저히 조사해 법적으로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아기 및 청소년기의 필수 예방접종은 무서운 감염병과 질병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음에도, 예방접종을 하지 않거나 하지 않도록 강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고 아이들을 감염병에 걸리도록 방치하는 실로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질병 치료와 예방에 반의학적인 요법을 적용해 '자연치유'라는 말로 아이들과 부모들을 현혹하고 우리 아이들의 생명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자들은 불법의료행위는 물론 아동학대, 더 나아가 헌법의 기본정신을 위배하는 인권침해 행위 혐의까지 가중 처벌로 엄히 다스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건강정보 안내 및 홍보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해 국민건강에 역행하는 곳들을 즉각 폐쇄 조치하고,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형사 조치 등을 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