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 11만 5259명...임종과정 판단 59% 암 환자
보건복지부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문화 안착...1년 성과 분석해 제도 개선"
지난해 2월 4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1년 동안 3만 6000여 명이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국민이 11만 명을 넘어서면서 제도가 정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제도 시행 1년을 맞아 이런 결과를 발표하면서 "삶의 마무리에 있어 국민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받고, 본인에게 시행될 의료행위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는 인식과 문화가 조성되어 가고 있다"고 평가한 뒤 "앞으로 운영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적극 반영해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등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자료를 보면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1년 동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1만 5259명에 달한다. 성별로는 여성이 7만 7974명(67.7%)으로, 남성 3만 7285명(32.3%)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연령층이 9만 7539명으로 대다수(84.6%)를 차지했다.
법 시행 후 1년 동안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를 유보(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음)하거나 중단한 것은 3만 6224명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2만 1757명(60.1%)으로, 여성 1만 4467명(39.9%)에 비해 1.5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연령층이 2만 8519명으로 상당수(78.7%)를 차지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주요 질환으로는 암(59.1%)이 가장 많았으며, 호흡기질환(15.3%), 심장질환(5.8%), 뇌질환(5.4%)이 뒤를 이었다.
전체 이행 건 중 가족 결정에 따른 경우가 67.7%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경우(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확인)인 32.3%보다 높아 아직까지는 가족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명의료 결정 이행 장소는 상급종합병원(60.9%), 종합병원(35.6%) 등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적정한 관리를 위해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을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으로 지정, 운영 중이다. 국민 누구나 평소 연명의료에 관한 의사를 미리 밝혀둘 수 있도록 전국 총 290곳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지정했다. 이들 등록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뒤 의향서 작성 상담을 수행하는 인력은 총 1461명으로 파악됐다.
연명의료 결정 및 이행 업무를 수행하는 의료기관에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토록 했다. 현재 173곳이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등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행정적·재정적 이유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직접 설치하기 어려운 의료기관은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공용윤리위원회(8곳)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종사자 교육을 실시하고, 보상 및 평가체계를 마련했다.
의료인들이 적정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 관련 건강보험 수가도 신설(시범사업)했다. 수가는 말기환자에 대해 의료기관윤리위원회 담당인력 등이 연명의료·호스피스 등 제도를 설명하는 경우(말기환자등 관리료), 담당의사가 환자 또는 보호자와 함께 연명의료 과정을 계획(연명의료 계획료)하고 이를 이행하는 경우(연명의료 이행관리료) 각각 산정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 자기결정 존중비율'을 '2020년 의료질평가 신규지표로 도입, 올해 진료실적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이수연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1년간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등록기관을 추가 지정하고 지정된 등록기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수연 과장은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독려하고, 자체 설치가 어려운 소규모 의료기관의 경우는 공용윤리위원회를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환자 본인의 의사가 존중받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의료인 등 관련 종사자 및 국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과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2월 중에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1주년 토론회를 열어 제도 시행 1년간의 성과와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