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격인하에 '고어텍스' 한국시장 철수...치료재료 구할 길 막혀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국민청원 적극 동참해 달라" 전회원 공지
"선천성 심장병인 저의 아이가 (폰탄)수술 받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제발..."
인공혈관을 구할 길이 없어 심장수술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가 불안하다는 3살 아이의 엄마의 눈물이 '청와대 국민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42463)'을 적시고 있다.
아픈아이의 수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치료재료를 구할 수 없어 수술을 하지 못한다는 병원 전화를 받고 국민청원을 하게 됐다는 청원인은 "하루하루가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저는 언제 이 용품이 수입이 되서 아이수술을 할 수 있을지? 그때까지 아이가 버텨주며 별일없이 지내줄지? 아이의 생명을 가지고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하늘이 무너지고 눈앞이 깜깜해지는 현실에 눈물만 난다"고 암담한 현실을 알렸다.
폰탄 수술(Fontan's operation)은 단심실 즉, 두 개의 혈액순환을 담당해야 할 펌프가 하나밖에 없는 환아들에게 적용하는 수술. 하나의 펌프로 전신에 혈액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므로 전신을 순환하고 온 혈액이 심장을 거치치 않고 바로 폐로 흘러갈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1차는 적절한 폐혈류량을 유지하기 위해 좁아진 혈관 등을 옮겨 혈액순환이 되게 하고, 2차는 6개월∼1년 사이에 상지정맥을 연결한다. 3차(폰탄 수술)는 2∼3세 경에 하지정맥을 연결하는 수술을 하는데 이때 짧아진 혈관을 인공혈관(도관)을 이용해 연결하게 된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2년 인조혈관 보험상한가를 인하하는 정책을 펴왔다. 2016년 12월에는 인조혈관 제품들에 대한 수입원가를 조사, 보험상한가를 20% 가량 삭감했다.
당시 인조혈관 가격은 한국시장이 40만원대로 미국(80만원대)·중국(140만원대)에 비해 1/2∼1/3 가량 낮은 수준.
대한흉부외과학회와 대한중재혈관외과학회는 "어떠한 이유로든 치료재료의 공급중단으로 인해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국민건강에 해가 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며 해결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인조혈관 보험수가가 계속 인하되자 국내에 인조혈관을 공급하고 있는 고어코리아는 2017년 2월 27일 한국시장에 제품공급을 종료키로 결정하고, 2017년 9월 30일자로 한국 대리점 계약을 종료하면서 완전히 철수했다.
청원인은 "아이는 하루하루 자라며 최근엔 조금만 걸어도 힘겨워하고 자꾸 누워서 생활하려고 해서 얼른 3차 수술해서 심장의 기능이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었다"면서 "도관의 수입이 안되는 상황으로 막막하게 막연히 기다려야하는 현실이 되었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청원인은 "정부는 하루 빨리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저의 아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생명을 위해 빠른 조치를 취해 주길 제발 부탁 또 부탁드린다"며 청원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1일 시작한 청원은 8일 현재 8435명이 참여했다. 31일 마감한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적정 수가를 인정하지 않고 원가 이하로 공급하라는 권위주의적 행정 때문에 벌어진 문제"라면서 "국민과 환자 위에 군림하는 관치의료로 인해 아파도 치료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도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관치의료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라고 밝힌 박종혁 대변인은 "정부는 수술을 받지 못해 고통받고, 생명마저 위협받는 안타까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학회 홈페이지에 '선천성 심장병 폰탄수술 관련한 국민청원 적극적으로 동참 부탁드립니다'는 내용을 공지하며 국민청원 동참을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