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 법안소위, '악용' 우려..."공익신고자보호법 홍보·활용부터"
의료기관 개설 시·도의사회 승인도 부결...보건의료인력 지원법 '미지수'
불법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하던 의사가 자진신고할 경우 처벌을 감경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유보됐다.
법안 개정이 불법행위를 조장할 수 있고,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 활성화를 통해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3월 2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사무장병원 자진신고 의료인에 대한 처벌 감경(리니언시 제도)'을 골자로 한 건보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 대표발의)을 심사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불법 사무장병원 자진신고 처벌 경감 제도는 지난해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서도 두 차례 논의했지만 악용을 우려,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법안소위에서 A의원(여당)과 B의원(야당)은 자진신고 의료인에 대한 처벌 감경이 불법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보다 양성화 또는 활성화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자진신고 처벌 감경 규정을 신설한 경우 의료인이 사무장병원인 줄 알면서도 일하다가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신고하거나 사무장병원에 종사하는 행위를 반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의원은 법안을 신설하기 보다는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으로 불법 사무장병원 적발과 자진신고자 처벌 감경이 가능한 만큼 별도의 법안 개정이 필요없다는 논지다.
A의원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홍보를 활성화해 불법 사무장병원 근절 실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건보법 개정을 다시 논의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불법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자진신고자 처벌 감경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상으로 사무장병원 자진신고자 처벌 감경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보건복지위 법안소위는 건보법 개정안 의결을 유보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법안소위에서는 의료계의 관심사였던 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 시 시·도의사회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윤일규 의원 발의)도 심사했지만, 역시 의결을 유보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시 시·도의사회 승인을 받는 것 외에 별도의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개설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법안소위는 의사·간호사 수급 대책 마련을 위한 보건의료인력 지원법 제정안, 의료법 개정안 등 9개 법률안도 심의했지만, 의결을 28일 법안소위로 미뤘다.
해당 법률안은 정춘숙·김승희·윤소하·윤종필·강병원 의원 등이 발의했고, 목적은 ▲보건의료기관의 원활한 인력수급 ▲근로조건 개선 ▲보건의료인 지위향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 ▲ 5년마다 보건의료인력 수급 종합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 ▲보건의료인력원 설치 등이다.
법안소위 위원들은 해당 내용에 대해 숙의했으나 완벽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계속 심사를 결정했다. 다만, 다음 회기(4월 국회)로 넘기지 않고 3월 28일 열릴 예정인 보건복지위 전체회의 전에 다시 법안소위를 열어 논의키로 했다.
의료계는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를 통해 정부가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 부족을 정당화한 후 인력 증원을 위한 근거로 삼으려 한다"며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