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대학병원 아닌 C병원 책임"…항소심 "원내 감염 단정 못해" 뒤집어
"감염 원인 신속히 진단해 경험적 항생제 치료했어야"...최종판결 대법원으로
1심에서 의료과실이 없어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은 A대학병원이, 항소심(2심)에서 의료과실이 인정, 3억원대 손해배상과 500만원의 위자료(환자 배우자)를 지급하라는 판결문을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민사재판부는 환자 B씨가 A대학병원을 내원했을 때 주의 의무가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지체하고, 여러 검사 결과에 대한 종합적이고 신중한 평가를 하지 않은 채 보전적 치료만을 계획·시행한 것이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환자 B씨는 2012년 9월 8일 교통사고를 당했다. C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악화돼 A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뒤 처치 및 수술을 받았으나 경막외·경막하 농양에 의한 감염성 척수염과 뇌경색까지 발생하면서 후유증으로 56%의 영구 장해 상태가 됐다.
교통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B씨는 미국 및 서울에서 제4∼5 요추 추간판절제술 및 수 차례 경막외신경차단술 시술과 진통제 투여 등 약물치료를 받았다. A대학병원 국제진료소에서 두 차례 치료를 받았고, C병원에서도 제4 요추 우측 신경가지에 약물을 주입하는 선택적 신경차단술과 약물 처방을 받았다.
그러던 중 2012년 9월 8일 교통사고를 당해 C병원에서 D의사로부터 경막외신경차단술과 요추 자기공명촬영(MRI)을 받고 귀가했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2012년 9월 16일 A대학병원 응급실로 내원한 B씨는 기본적인 검진, 혈액검사, 요추에 대한 단순방사선촬영검사, 조영증감 MRI 검사, 전산화단층촬영(CT) 검사를 받은 뒤 신경외과 일반병동에 입원했다.
병동에 입원한 후 2012년 9월 18일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경험적 항생제 투여 후에도 상태가 더욱 악화돼 요추천자를 통한 뇌척수액검사, 조영증강 MRI 검사, 척수 농양 제거수술인 경막하 축농 배액술 및 경막복원술을 각각 받았다.
수술 과정에서 제4∼5 요추 부위 경막의 구멍(천공)이 관찰됐고, 혈액, 뇌척수액, 척추 부위 배농액에 대한 균배양 검사 결과 황색포도상구균 동정이 확인됐다.
며칠 뒤 뇌 조영증강 MRI 검사 결과 뇌수막염을 시사하는 소견인 급성 뇌경색, 양쪽 뇌실의 다발성 농양, 미만성 조영증강이 확인됐다.
A대학병원 의료진은 2012년 10월 18일 환자 B 씨에 대해 감염성 척추염, 뇌경색증, 뇌실염, 세균성 수막뇌염 및 수막척수염, 경막하 축농, 척수 경막하 농양으로 최종 진단했다.
환자 B씨는 운동성 언어장애, 인지기능 및 운동기능의 저하를 호소하고 있고, 신체검사와 신경학적 검사상 경증의 사지마비가 확인되며, 뇌 MRI 검사 결과 기저핵 및 뇌간에 다발성 뇌경색에 의한 후유증 소견이 확인된 상태다.
환자 측(B씨, B씨의 배우자)은 A대학병원(신속하게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할 주의 의무를 하지 않음 점)을 비롯해, C병원 및 C병원 D의사(감염 예방 주의 의무 위반 및 합병증 내지 문제점에 대한 설명의무 소홀), 보험회사를 상대로 공동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C병원이 의료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환자 B씨에게 발생한 뇌수막염 등으로 인한 증상이 신경차단술을 시행한 후 수일 후부터 발생, 신경차단술을 시행함에 있어 경막외 공간에 약물을 주사하기 위해 바늘을 천자함에 있어 주의 의무를 위반해 경막에 천공을 발생하게 하고, 세균이 그곳으로 침투해 세균성 뇌수막염 등을 일으키게 한 과실이 있다며 C병원과 D봉직의사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3억 9446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A대학병원 의료진에 대해서는 환자 B씨가 내원 당시 척추 감염을 확진할 만한 소견이 없었고, 응급실부터 입원실에 있는 동안 발열 확인, 균배양 검사 실시, 경험적 항생제 치료 등을 모두 신속하고 적절하게 한 점, 그리고 환자가 의식 저하 등 심각한 증상의 발현 이후 요추천자 및 뇌척수액 검사, 추적 MRI 검사 및 그 결과에 따른 척수 농양제거 수술도 모두 적절하게 한 점을 고려해 의료상 과실로 평가할 정도의 치료상 지체 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C병원의 의료과실에 대한 책임은 없고, 오히려 A대학병원 의료진에게 책임이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C병원과 D의사는 침습적 치료인 경막외신경차단술 등과 관련해 감염 예방을 위한 관리 절차를 미리 마련해 둔 상태였고, 무균처리를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은 물론 환자 B씨는 오랜기간 동안 수 차례 추간판절제술 등을 받고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감염성 척추염의 발생 원인이 될 만한 내재적 요인이 중첩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면서 "감염성 척추염은 수술을 받지 않아도 알코올 중독 등으로도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감염성 척추염이 C병원과 D의사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특히 "척추 감염과 농양의 원인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은 병원에 주로 존재하는 내성균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이 아니라 병원 외 일상적인 환경에서 상재하는 메티실린 감수성균이고, 척추 감염과 농양은 평소 건강한 사람에게도 시술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면서 "병원에서의 원내 감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설명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의료진이 합병증에 대해 설명한 사실을 들어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A대학병원에 대해서는 B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감염 여부를 신속히 진단·치료하지 않았다며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응급실을 방문했을 때 여러 검사를 통해 척추 감염 여부와 원인을 신속히 진단해 균배양검사·경험적 항생제 치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경막외·경막하 농양으로 진단해 응급수술 등을 통해 감염과 농양의 악화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검사 결과에 대한 평가를 소홀히 하고, 경막외·경막하 농양에 대해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지체했다"고 지적했다.
혈액검사와 영상검사와 관련해서도 A대학병원 의료진이 척추 감염 및 농양 발생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보전적 치료만을 계획·시행한 것은 적절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2년 9월 16일경 신속하고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하지 못함으로 인해 경막외·경막하 농양을 동반한 감염성 척추염이 점차 악화돼 중추신경계 감염으로 확대되고 나아가 뇌경색 등의 발생에 이르게 됐다고 보인다"면서 "의료진의 과실과 현재의 장해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보험회사에 대해서는 공동 불법 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환자 B씨에게 50만 원, B씨의 배우자에게 2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판결에 불복한 A대학병원은 대법원에 상소, 최종 판결을 받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