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토론회...'간호등급제' 잘못된 처방 '인력 편중' 악화
지역병원협의회, 가산제 축소·상급병원 대기제 폐지 등 제안
전체 간호인력 중 절반 이상이 종합병원급 이상에 몰리는 등 간호인력 편중이 악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 살리기 TFT와 대한지역병원협의회가 주관 '간호인력 수급의 현시과 제도개선 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는 '간호등급제'라는 잘못된 처방이 간호인력 편중을 악화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가 모아졌다.
간호등급 가산제는 간호인력 확보수준에 따른 간호관리료 차등제로, 2006년 5월부터 시행됐다. 입원병상 당 확보된 간호사 수에 따라 1∼7등급으로 분류해 등급에 따라 입원료에 대한 가산율을 적용, 입원료를 차등지급한다.
1등급을 받기 위해 대형병원이 간호 인력 고용을 늘리면서 지방 중소병원은 간호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간호 인력 편중'이라는 부작용이 등장한 것. 이는 점차 심화되고 있으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학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재무이사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전체 간호사수 18만 5853명 중, 상급종합병원에 4만 7131명(25%), 종합병원에 6만 1544명(33%)이 근무, 전체 간호인력의 58%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몰려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시갑)은 개회사를 통해 "간호 등급가산제는 본 취지와 달리 종별·지역별 의료기관의 양극화 심화와 지방 중소병원을 고사시키는 도구로까지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간호인력은 근본적으로 부족하다. 여기에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참사에 가까운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비례대표, 원내대표) 역시 개회사를 통해 '간호등급제'의 일률적 적용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윤소하 의원은 "지역의 많은 중소병원은 간호사가 부족해 간호등급신청 자체를 하고 있지 못하다"며 "간호인력이 병원 종별·지역별 편차가 큼에도 불구하고, 간호등급 가산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정부의 지원금은 일부 대형 병원에 몰리고, 지역의 중소병원들은 신고를 못 하거나 감산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역시 이필수 의협 부회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간호등급제'의 부작용을 짚었다.
최대집 회장은 "간호인력 수급의 불균형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의료계 난제 중 하나다. 이는 중소병원과 지역병원의 간호인력 이탈 및 인건비 상승, 지역 간 임금 격차 등으로 직결되고 있다"면서 "특히, 간호등급제는 간호서비스 수준 향상이라는 제도 본래의 취지가 무색하게 왜곡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과 대도시로의 간호인력 편중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인력 편중 및 근무여건 개선안으로는 '간호등급제 축소'와 간호관리료의 현실화 등이 제시됐다.
이재학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재무이사는 먼저 간호인력 편중 개선책으로 ▲간호등급제의 축소 및 개선 ▲상급 종합병원의 신규 채용 간호사 채용 대기제도 폐지 ▲지방·중소 병원에 대한 간호사 보조금지급 등을 제안했다.
이재학 재무이사는 "현재 7등급제인 간호 등급제는 간호 인력이 많을 수록 수가를 가산하는 방식의 유인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는 인력의 한계라는 근본적 문제를 갖고 있다"며 "등급을 간소화하고, 가산금을 축소해야 한다. 감산제는 폐지돼야 한다. 또한 등급 기준을 병상 수가 아닌 환자 수로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급 종합병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채용 대기제도'를 폐지, 쏠림현상을 완화하자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재학 이사는 "상급 종합병원을 해마다 간호사 채용 정원의 2∼3배수를 선발한다. 이 때 대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대기중인 간호사는 아르바이트 임시직을 하면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아르바이트로 일하다가 '콜업'을 통해 종합병원에 가는 간호사는 하루아침에 병원을 그만둔다. 피해는 고스란히 병원이 떠안게 된다"면서 "간호사를 임시직으로 내몰고 중소병원에는 입사와 조기 퇴사라는 2중고를 안기는 대기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학 이사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간호사인력은 상당히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다"며 "간호사들의 업무만족도를 높여 경력단절을 피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간호인력에 대한 처우개선 방안으로는 ▲야근 근무 부담 완화 및 적정 보상지급 ▲정규직 채용 유도를 위한 제도적 지원 ▲시간제 간호사 인력에 대한 산정방식 개선 ▲신규간호사 인력규모 확대 등을 제안했다.
장성인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발제를 통해 "간호관리료 산정 현실화를 통해 간호인력 연봉을 비롯한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성인 교수는 "현재 병동 간호사 인력 인건비와 간호사 기여 행위 수익 등 제대로 된 원가분석과 입원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간호관리료 수준을 현실화 해야 한다. 관리료가 올라가야 간호직군 전체의 연봉수준이 향상돼 근무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수가와 간호사의 처우개선을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장성인 교수는 "간호관리료차등제의 인력산정기준을 병상수 대비 간호사 수에서 환자수 대비 간호사 수로 변경해야 한다. 이는 병상가동률이 낮은 병원의 간호등급 상향에 유리하다"며 "간호수가 개선에 따른 의료기관 추가수입분을 간호사 고용증가·근무여건 개선등에 사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호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패널토론에서 "작년에 간호인력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근무환경·처우개선과 함께 수급을 늘릴 수 있는 대책도 추가하고 있다"며 "현재 정부에서는 50%정도 대책을 마련해 진척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성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가와 보상수준 등과 관련된 여러가지 논의를 진행했고, 특히 최근 보건인력 지원법 제정안에 의료인력에 대한 수급 문제, 처우 개선 문제, 인력 전문성·양성의 문제 등이 들어가 있다"며 "3년에 한 번씩 실태조사를 하고, 종합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담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호준 과장은 "병상수였던 것을 환자수로 개선하는 정도의 튜닝은 일부했다. 수도권에 적용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지역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발제를 새겨 듣겠다"면서 "간호관리료 부분은 여러가지 문제가 섞여있기 때문에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시 전반적으로 포함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