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이사회서 후보 선정, 대통령 임명 방식...개선 요구 커져
공공보건의료 비전·철학 검증해야…직선제 선출 필요성 무게
우리나라 공공병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학교병원장 선출을 놓고 말이 많다. 병원 이사회 중심의 폐쇄적인 선출 방식에서 좀 더 개방적인 선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후보는 김연수 교수(신장내과)와 김용진 교수(순환기내과). 교육부 장관이 두 명의 후보를 청와대에 보고하고, 대통령이 한 명을 서울대병원장으로 낙점하게 된다.
김연수 교수는 현 진료부원장으로 서창석 현 병원장을 도와 '대한외래' 개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점을 평가받아 1순위 후보로 선정됐다.
김용진 교수는 서울대병원 의료혁신실장을 맡아 변화를 주도하며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 전략에 나서 2순위 후보에 올랐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장 후보 선정과 임명 과정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바로 9명(서울대 총장, 서울의대 학장, 서울대 치과병원장, 서울대병원장, 교육부·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차관, 사외이사 2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2명의 후보를 선정, 교육부 장관에게 명단을 제출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간접 선출 방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런 간접 선출 방식에 대해 교직원의 상당수는 공공병원의 핵심인 서울대병원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되풀이 되는 이유다.
이사회에서 선정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나 내부 구성원들이 최소한 후보자들이 공공보건의료와 서울대병원의 비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쏠린다.
서울대병원은 단순히 대학병원의 기능을 하는 것 외에 우리나라 공공병원의 중심에 있다. 또 서울대병원장은 정부가 주관하는 회의에 참여해 주요 공공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다.
이런 이유로 서울대병원 노조는 "서울대병원장 후보 선출기준과 인선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서울대병원장 선거가 반장 선거만도 못 한다"면서 "더는 낙하산 인사는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서울대병원 7000명 구성원 앞에 구성원들과 함께 비전과 전략을 갖고 역할을 다하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이사회는 지금이라도 구성원 의견을 다시 듣고 제대로 된 병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의 서울대병원 설치법 및 시행령을 바꾸기 전에는 이런 의견 수렴 구조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서울대병원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됐다. 설립 목적에는 '의학, 간호학 및 약학 등에 관한 교육·연구와 진료를 통해 의학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서울대병원 설치법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학생 교육은 물론 전공의 수련, 임상연구, 진료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보건의료사업, 그리고 그밖에 국민 보건 향상에 필요한 사업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
그러나 이런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병원장 선출은 이사회가 2명의 후보를 선정하고, 교육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보니 서울대병원 구성원이 원장 후보자가 공공보건의료사업 및 병원 비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구조다.
게다가 서울대병원 설치법 시행령에서는 10년 이상의 의료경력을 가진 후보가 이사회에만 병원경영계획서와 연도별 경영실천계획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어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서울대병원 구성원에게 서울대병원장으로서의 비전과 공약을 제시할 이유도 없다.
병원장의 공공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비전 및 서울대병원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를 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연세의료원장 및 의무부총장 선출 방식을 보면 의료원장 후보의 공약 및 연세의료원을 이끌어갈 비전을 구성원들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연세의료원장 후보자들은 먼저 교수 및 직원들에게(노동조합) 연세의료원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공약 및 비전을 제시한다. 그리고 교수들의 투표에 의해 구성원들이 누구를 더 많이 지지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이사회에는 연세의료원 구성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를 추천한다. 물론 이사회에서 다른 결정을 하기도 하지만, 최소한 의료원장 후보로 나선 사람이 어떤 비전과 철학을 가졌는지는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병원경영계획서와 연도별 경영실천계획서만 이사회에 제출하는 서울대병원장 후보 선출과는 차이가 있다.
연세의료원이 사립대병원인 것을 고려하면 공공의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병원은 더 폐쇄적 구조를 갖는 것이어서 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최소한 병원경영계획서를 비롯해 공공보건의료사업에 대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를 구성원에게 공개하고, 구성원들이 어떤 후보가 제시한 공약 및 비전을 더 원하는지를 알아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서울의대교수협의회와 서울의대 학생들이 서울대병원장 선출 방식을 지금과는 다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이유다.
서울병원 한 관계자는 "국민의 뜻에 따라 선출돼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너진 공공의료를 강화해 국민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차기 병원장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이런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며 "스스로 폐쇄적인 운영 틀을 깨고, 좀 더 서울대병원 구성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병원장 선출 방식을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