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종합대책에 기등재약제 재평가 포함…퇴출까지 가능
점안제·콜린알포세레이트·특허만료 오리지널 등 타깃 가능성
정부가 국민건강보험 5개년 계획에 급여권 기등재 약제의 재평가 기전을 포함했다. 아직 해당 안건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퇴출까지 가능하다는 내용에 제약계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급여 퇴출이 곧 시장 퇴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사의 대형 품목에 적용된다면 매출 급락은 자명하다. 퇴출, 혹은 급여조정이 예상되는 품목에는 어떤 약제 있을까.
<의협신문>이 유용성과 재정영향을 중심으로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들여다봤다.
지난 10일 정부는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제약계의 이목은 기등재약제의 재평가 기전으로 쏠린다. 재평가를 통해 임상효능, 재정영향, 계약 이행실적 등을 감안해 약제 가격·급여기준 조정, 급여 유지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것.
정부가 기등재약제의 재평가 기전을 마련코자 하는 배경은 결국 '건보재정의 한계' 때문이다.
최근 새롭거나 기존 약제 대비 나아진 효과를 무기로 한 고가신약이 급여권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건보재정에는 한계가 있다. 이들이 급여권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유용성이 떨어지는 기존 약제가 목록에서 빠지거나 조정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결국 재평가 기전의 첫 희생양은 유용성이 떨어지면서 건보재정에 부담이 큰 품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점안제, 지난해 2400억원 투입…재정영향 고려 시 '위기'
지난해 전체 항암제에 소요된 건보재정은 1조원이다. 희귀질환치료제에는 32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새로운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는 줄지어 건보급여권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진과 환자는 새로운 항암제·희귀질환치료제의 급여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와 제약사 간 급여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건보재정의 한계와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지난해 점안제에 청구된 건보재정 2400억원이란 수치는 재평가 기전의 타깃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급여화 여부에 생사가 엇갈리는 환자가 즐비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위중함이 떨어짐에도 과도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점안제 논란은 지난해 업계를 강타한 바 있다. 정부가 1회용 점안제 307개 품목에 대한 최대 50%에 달하는 약가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1회만 사용하도록 허가된 점안제에 지나친 용량이 담겨 필요 이상으로 약가가 높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었다.
점안제를 취급하는 제약사는 강하게 반발했다. 제약계는 정부의 일방적 약가인하라며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일부 품목은 행정법원 재판부로부터 판결 선고까지 집행정지를 받아 약가를 유지하고 있다.
재평가 기전이 마련된다면 점안제가 위기의 품목이 될 수 있는 배경이다.
해외선 건기식, 콜린알포세레이트 제품군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품군도 재평가 기전의 첫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장규모는 급증하고 있지만, 유용성이 인정되는 전문의약품은 아니라는 평가 탓이다.
제품군 매출 선두인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은 지난해 유비스트 기준으로 767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2.9% 성장한 수치다. 그 뒤를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이 629억원으로 쫓고 있다. 글리아티린 또한 1년새 23.7% 성장했다.
리딩제품의 성장으로 2015년 1300억원 규모이던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은 3년만에 2000억원대에 진입했다.
현재 알약 형태 53종, 연질캡슐 형태 76종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품이 시장에서 처방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제약사 측은 치매 환자의 증가와 치매 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매출이 성장했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프랑스 등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는 곳이 많은 제품이라 건보재정으로 커버해야 하느냐에 의문이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한 시민단체는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하고 나서기도 했다. 정부 측도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내비친 바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대표적인 치매증상지연제 성분인 '도네페질'과 병용 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임상데이터(2012년 The ASCOMALVA trial)를 갖고 있다. 재평가 시 해당 효과의 경제성에 대한 판단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사 '캐시카우'된 한국시장…특허만료 오리지널
한국시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은 특허만료에도 제약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매출은 급락해도 한국시장에서 매출은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각 다국적제약사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몇몇 특허만료 제품의 경우 시장규모 30배에 달하는 미국시장보다 더 큰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의약품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간 원외처방액을 기록한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성분명 아토르바스타틴)'이다.
지난해 리피토의 글로벌 매출액은 2011년 11조 1100억원 대비 4분의 1인 2조 3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국내 매출은 연평균 5% 이상 성장하며 지난해 원외처방액 1626억원을 기록했다.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르)'의 경우 지난해 국내 매출(원외처방액 1540억원)이 글로벌 전체 매출(3430억원)의 절반에 육박하기도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 약가 차이가 없는 현행 제도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제네릭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특허만료 오리지널의 초강세는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특허만료 오리지널이 기등재약제 재평가 기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추측의 배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