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청회, 의료인 처분부터 비급여 관리까지 법 개정 제안
보건복지부 "사무장병원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라" 난색
사무장병원 근절 대책이 의료기관에 대한 전방위 규제강화로 진화하고 있다.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의료인 처분부터 비급여 관리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긴데, 사무장병원을 넘어 의료기관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논의가 옮아가는 모양새다.
정부는 각각의 제안들이 불법 사무장병원 뿐 아니라 전체 의료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소비자원은 국회 오제세 의원과 공동으로 23일 국회에서 '사무장병원 근절을 통한 국민건강보험 재정건전화 방안 마련 공청회'를 열었다.
의료기관 재개설 금지기간 6개월→ 2년 연장
비급여 진료비 적정성 확인 제도 도입 등 제안
발제를 맡은 신현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필요한 규정들을 담아 의료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건전화를 위해 재정 누수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무장병원 근절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며, 이를 위한 근거 규정들을 담아내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자는 취지다.
첫째로는 행정처분 후 의료기관 재개설 경과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2년으로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신 변호사는 "현행 법에 따르면 의료법을 위반해 의료기관 등록이 취소돼고 6개월 이후에는 다른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해 제제의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하고 "의료기관 등록 취소 의료인의 재개설 경과기간을 보다 강력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른 석유정제업자의 재개설 제한 규정과 동일하게, 의료법을 위반해 의료기관 개설이 취소된 의료인에 대해서도 '2년'간 의료기관 재설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료기록부 대리작성 및 위변조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료기록부와 진단서 등을 간호사 또는 직원이 대리작성해 발급하는 경우가 빈번함에도 이에 대한 의료인의 책임은 미미하다"고 지적한 신 변호사는 "의료행위 관련 주요 문서에 대한 의료인의 자필서명을 의무화하고 대리작성 금지를 명문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진료비와 동일하게 진료비의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고 했다.
신 변호사는 "비급여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통계 수집, 관리 등을 통해 병원의 과잉 비급여 진료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비급여 현황 통계 파악 및 비급여 명칭·코드 표준화와 더불어, 비급여 진료 적정성 확인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신 변호사는 불법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으로 ▲의료기관 개설시 의료인 정원요건 강화 ▲사무장병원 3진 아웃제 도입 ▲요양병원 병상 정의 수정 및 요양병원 기능 명확화 ▲요양병원 입원시 신체기능저하군 등 입원 제한 등 심사강화 ▲의료기기 및 인체조직 이식재 관리 체계화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보공단, 사무장병원 특사경 도입 필요성 재차 강조
각계 "사무장병원 근절, 특단의 대책 필요" 한목소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에 더해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특사경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준래 건보공단 법무지원실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은 "사무장병원으로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수사기관에는 보건의료만 전담하는 인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공단은 12년간의 노하우와 200여명의 전문인력, 전국 조직망과 빅데이터 등의 무기를 갖고 있다.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을 긍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수 참석자들은 제도개선 방향에 대체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무장 병원 문제가 심각한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창호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사무장병원이 건보 재정누수의 원인이며 면허대여 역시 명백히 불법행위인 만큼 그에 대한 처분을 강화해야 한다"며 "좀 더 강력하게 대책들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또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처벌이 그간 모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소비자를 대신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과 관련해서도 "시장에서 빠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인만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사무장병원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라"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을 보건복지부다. 제안된 제도개선 사항 대다수가 사무장 병원 뿐 아니라 의료기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신현두 보건복지부 불법개설의료기관단속팀장은 "규제를 강화하면 사무장병원 뿐 아니라 일반 의료기관에도 그 영향을 미친다"며 "쉽게 가자고 한다면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할 수 있겠으나, 선의의 의료기관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인 정원 규정 강화는 가뜩이나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지방병원 등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비급여 적정성 확인제도의 도입 또한 정부가 나서 규제해야 할 부분인지 의문이 있다"고 밝힌 신 팀장은 "의료계의 우려점들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