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기술·품질 역량 진화하는 산업 경쟁력 눈길
신약 파이프라인 1000개 육박...일자리 2만 개 창출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중점육성산업으로 선정하고 국가 차원의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비메모리·미래형자동차 산업 등과 함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데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활력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부는 ▲세계적 경쟁력 보유 여부 ▲발전가능성 ▲자본과 인력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도움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기준으로 중점 육성사업을 선정했다.
국내 제약기업의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한국 의약품의 미국 의약품 시장 진출은 20년이 채 안되는 2003년 시작됐다. 당시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가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면서 물꼬를 텄다. 이후 올해 4월까지 모두 14품목의 한국 의약품이 미국 시장에서 승인받았다.
유럽 시장 개척은 2013년 셀트리론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램시마로 첫걸음을 뗀 이후 올해까지 해마다 2품목씩 12품목을 승인받았다.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받은 이들 26개 품목은 국내 개발 신약부터 개량신약·바이오시밀러·희귀질환치료제 등 다양하다.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다국적 제약기업이 모이는 JP모건 헬스케어에서도 한국제약산업의 위상을 읽을 수 있다.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는 50개국 150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LG화학·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자사의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과 연구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2015년 한미약품의 신약기술 랩스커버리 플랫폼 소개로 물꼬를 튼 후 JP모건 헬스케어에서 한국의 위상은 진전을 거듭해 올해 메인트랙을 장식할 정도로 발전했다. 한국 제약산업이 더이상 세계의 변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출 부문의 가파른 성장세다. 지난 2008년 1조 2,666억원이던 의약품 수출액은 2017년 4조 6,025억원을 기록, 263.5% 성장을 이뤘다. 이는 국내 수출 주도 산업인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286.5%)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거나 답보상태에 접어든 자동차·철강 등 주력산업과도 대비된다.
기술 수출은 2017년 1조 4000억원(8건)에서 2018년 5조 3706억원(12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품질관리 역량도 향상됐다. 대웅제약·JW생명과학·삼천당제약 등은 유럽의 EU-GMP를 획득했으며, 한미약품·보령제약·한독·제일약품·대웅제약·휴온스 등은 전 공정이 자동화된 스마트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GC녹십자는 캐나다에 혈액제제 공장을 설립했으며, SK바이오텍은 아일랜드의 BMS 스워즈공장을 인수하는 등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바이오기업·학계·연구기관·의료계의 오픈 이노베이션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개방형 혁신을 바탕으로 1000개에 육박하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국내 제약사가 개발중이거나 개발 예정인 신약은 모두 953개. 개발중인 신약(573개)과 향후 10년 내 개발 계획이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380개)을 포함한 수치다. 임상시험에 진입한 후보군은 1·2·3상을 합쳐 173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임상의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만 31개에 달한다.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듯 바이오신약이 433개(45.4%)로 가장 많았고, 합성의약품(396개·41.5%), 기타 천연물신약·개량신약(124개·13.0%)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제약산업의 역량 확대는 일자리 창출에서도 나타난다. 제약산업 종사자는 2017년 현재 9만 5224명으로, 최근 10년간 2만여명 증가했다. 매년 2000명 이상 꾸준히 신규 채용한 셈이다. 특히 제약산업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고용증가율은 2.7%로 전산업(1.3%)과 제조업(1.3%)을 뛰어 넘는다.
제약산업의 발전은 결국 중소기업의 발전이라는 점도 제약산업이 중점육성산업으로 선정된 배경이다. 현재 제약기업 중 연 매출 1조원을 넘은 대기업은 유한양행과 GC녹십자 2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제약기업의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