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의약품 오남용 방지 '자율기준' 만든다

향정의약품 오남용 방지 '자율기준' 만든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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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식약처 연구용역 진행...향정 사용기준 가이드라인 진행
'타율' 아닌 '자율규제' 원칙...프로포폴·졸피뎀 등 사용 기준 마련

안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관리과장. ⓒ의협신문
안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관리과장.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향정신성 의약품 오남용 방지 기준 마련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 명확하지 않은 향정신성 의약품의 구체적인 기준을 공동으로 만들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스스로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자율규제를 유도할 방침이다.

안영진 식약처 마약관리과장은 7일 식약처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마약류와 관련한 오남용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의협에 향정신성 의약품 사용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마약류에 대한 식약처 허가사항에 용법과 용량을 정해 놓고 있지만, 의사가 이를 넘어서는 처방을 한다고 해서 오남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한 안 과장은 "특이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걸 제외하면 오남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의협에 오남용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안 과장은 "항생제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외국보다 처방률이 높다. 항생제 처방에 대해 외국에선 의사가 다 책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의 역할이 크다. 이런 배경 차이가 있다"면서 "마약류 오남용에 기준에도 국가적 특징을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고 의협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이유를 설명했다.

"비윤리적으로 처방하거나 사용하는 의사들에 대해 (타율적으로)조치를 취할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의 영역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용역 이후엔 의협이 스스로 자율규제를 했으면 한다"고 밝힌 안 과장은 "연구용역을 토대로 사용기준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지만, 의사 스스로 오남용을 줄이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식약처가 강제력을 발휘할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협도 강제나 타율이 아닌 '자율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식약처의 입장에 부응, 지난 2일 식약처와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민양기 의협 의무이사는 "향정신성 의약품과 관련된 사고가 많이 일어났고,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연구용역을 진행키로 했다"면서 "의협뿐만 아니라 식약처도 이번 연구용역에 있어 매우 열심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 이사는 "마약과 향정신성 의약품을 묶어 마약류로 하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통합 관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의료용 마약과 불법 마약을 같이 관리하는 셈"이라면서 "불법 마약은 당연히 불법이지만 의료용 마약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의약품이라는 건 의학적 목적에 의해 식약처 허가를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마약과 의료용 마약을 마약류관리법에 의해 통합 관리하다 보니 식약처 허가를 초과해 사용했다고 전부 오남용했다고 봐선 안 된다"고 지적한 민 이사는 "그렇다고 무한정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특수 상황을 어느 정도 통제할 필요성이 있다. 어디까지 규제해야 하고, 의학적 목적이라고 볼 수는 결국 의사가 만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 이사는 "올해는 세 가지 향정신성 의약품 사용기준 가이드라인을 계획하고 있다. 졸피뎀은 어느 정도 정리했고, 프로포폴은 6월 정도로 보고 식약처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올해 중으로 식욕억제제까지 진행하고, 나머지는 내년에 통틀어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의료용 마약은 어떤 식으로든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의사들도 부담스럽다"고 언급한 민 이사는 "의사 입장에선 오남용 기준을 만드는 것을 진료권 침해로 볼 수 있지만, 졸피뎀·프로포폴 등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인한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 것을 묵과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민 이사는 "가이드라인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목적을 설명하면 대부분 의사들은 이해하고, 도리어 많은 의사들은 이런 기준을 의료계가 만들어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정부 역시 의료계가 먼저 나서서 기준을 만들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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