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변호사 의료법정
[시작]
의료사고로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되고 말았다. 치료는 계속됐다. 다만, 후유증세의 치료,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차원의 치료였다. 사지 마비 환자라서 치료비가 엄청나게 발생했다. 이때 병원 측은 그렇게 발생한 수술비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환자 측이 손해배상금으로 10억을 달라고 했을 때, 그동안 진료비가 8억원이 들었으니까 그걸 공제해야 한다(10억원-8억원, 법적으로는 '상계항변')고 주장하는 경우다. 현장에서는 전혀 낯설지 않은 사례다.
[사실]
양팔 바깥쪽과 왼쪽 목 부위에 저림 증상이 있다가 통증이 차츰 심해진 환자가 있었다. 종합병원 정형외과에서 '척추증 및 경추근병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통증 클리닉에서 척추신경근차단술 시술을 권유받았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부터 경부경막외 신경차단술과 좌측견갑상 신경차단술을 받았다.
시술 전까지는 통증을 호소했을 뿐, 운동에 특별한 장애는 없었다. 시술 직후 척수경색 및 이로 인한 마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호흡부전 및 사지 마비에 이르렀다.
[1심]
환자에게 34억원 정도를, 가족들에게 약 4억 정도씩을 배상하라는 소송이 제기됐다. 서울동부지방법원(2009.11.5. 선고 2007가합2921 판결)은 환자 측 손을 들어주었다. 다만, 배상액을 제한하여 환자에게 약 10억원을, 가족들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서울고등법원(2011.2.24. 선고 2009나117463 판결)도 환자 승소. 배상책임의 근거는 1심과 같았다. 다만,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을 이유로 들면서,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참고로 1심은 80%였다. 그래서 환자에게 약 7억 6000만원 정도가 인용됐다.
[3심]
환자 승소. 병원 측은 여전히 '체질적 소인'이나 '기왕증'을 주장했다. 시술 당시 바늘이나 조영제, 마취제 또는 스테로이드에 의한 동맥 수축이나 동맥 경련이 원고의 체질적 소인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배척했다(2015.11.27. 선고 2011다28939 판결).
[쟁점]
대법원은 "원고에게 발생한 후유증세의 치료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들었다거나 치료 기간이 장기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발생한 손해전보의 일환일 뿐이지, 손해의 발생·확대에 기여한 피해자 측의 요인이라고 할 수 없다"며 병원 측의 주장을 거부했다.
나아가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 측의 귀책 사유가 없음에도 공평의 원칙상 치료의 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엄격하게 봉쇄했다. 병원의 책임을 60%로 제한했을 때, 그렇다면 '치료비의 40%는 공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데 대한 거부다.
[평석]
사고 이후 병원에서 계속된 후유증에 대한 치료나 악화 방지 목적의 치료비는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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