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막염·패혈증 확인 못해 환자 사망…"병원 의료과실 책임"

흉막염·패혈증 확인 못해 환자 사망…"병원 의료과실 책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5.1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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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호흡수 측정·응급혈액검사·흉부방사선촬영 제대로 안했다"

ⓒ의협신문 홍완기
ⓒ의협신문 홍완기

정형외과의원에서 손목 부위 통증, 전신 근육통, 허리통증, 어깨 부종 증상으로 통원치료를 받던 환자가 증상이 심해져 인근 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병원에게 의료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

사망한 환자는 A정형외과의원에서 통증을 호소해 수차례 프롤로주사 투약 및 소염진통제(타마돌주사 등)·소화제 등을 처방받았다.

그러나 정형외과의원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뒤부터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있어 119구급차를 타고 인근 B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의료진으로부터 흉부방사선검사, 전혈구검사, 간기능검사, 심전도 검사, 일반혈액검사 등을 받고 근육통·연조직염 의심 진단하에 정형외과로 입원 조치된 후 진통제 및 진통소염제를 주사 및 경구로 투약받았다.

그러나 환자는 입원 조치된 후 다음날 새벽 사망했다.

사망한 환자의 흉부방사선검사는 불완전한 흡기 상태에서 촬영됐고, 그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 일반혈액검사 결과는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 순차적으로 확인됐다.

사망 환자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오른쪽 흉강에서 삼출성 흉강액이 발견됐고, 오른쪽 폐 하염의 장측 흉막에서 넓은 범위의 화농성 염증 소견을 보였으며, 오른쪽 흉강의 벽측 흉막 및 횡격막에서도 화농성 염증 소견을 보인 것은 물론 혈액에서 미생물(황색포도상구균 등)이 검출돼 '흉막염 및 이에 발병한 패혈증에 의한 사망'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환자 가족(배우자 및 자녀들)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환자 가족은 A정형외과의원에 대해서는 오염된 주사기를 사용해 환자가 미생물에 감염돼 흉막염이 발병하게 했고, 병세가 악화해 세균감염을 충분히 의심했어야 함에도 적절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치료제인 항생제를 투여하지도 않았으며, 추가적인 치료나 상급병원에서의 치료 등에 관한 설명을 하지 않은 '과실'이 있어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B병원에 대해서는 의료진은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의 병력과 신체검진 소면만으로도 충분히 망인의 패혈증 증상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환자의 호흡수를 측정하지 않고 불완전 흡기 상태에서 흉부방사선촬영을 했으며, 응급혈액검사를 시행하지도 않는 등 적절한 검사 및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환자는 B병원 의료진의 이런 과실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B병원 의료진의 대표가 환자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A정형외과의원은 밀봉된 주사기 및 주사액을 사용해 오염된 주사기 사용에 따른 의료과실에 의해 흉막염이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환자가 치료를 받을 당시 흉막염 내지 패혈증 등 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급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설명을 하지 않은 과실을 단정하기 부족하다"며 환자 가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B병원에 대해서는 의료진의 진단·치료상의 과실을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환자가 119구급대를 통해 응급실에 내원할 정도의 상태였고 맥박수가 125회 였던 점 ▲환자가 1주일 전부터 전신 근육통이 생겼고 관절염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료진에게 전달한 점 ▲맥박수가 빠르고 환자가 사망한 후 혈액검사 결과를 참고했을 때 환자의 상태가 긴급한 상황이었다는 점 ▲사망한 환자의 병력과 검진 소견으로 패혈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했어야 함에도 소염진통제와 같은 약을 장기간 먹어 온 환자의 경우 열이 나지 않는 등 비전형적인 증상을 고려하지 않은 점 ▲환자의 호흡수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데 의료진이 확인하지 않은 점 ▲응급실에서의 혈액검사가 응급(2시간 이내 확인)으로 이뤄지지 않은 점 ▲흉부방사선검사가 환자의 호흡이 불완전할 때 시행했고 재촬영도 없이 불완전 상태에서 촬영한 결과를 근거로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과실이 있다고 봤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환자에게 패혈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진단하지 못해 항생제 투여 등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의 이런 의료상 과실은 환자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B병원 대표는 환자 배우자에게 5333만 3333원, 자녀 3명에게 각각 3055만 5555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제1심판결에 대해 B병원 대표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1심 판결을 뒤집지는 못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재판부는 1심 판결과 같이 B병원 의료진이 호흡수를 측정하지 않은 점, 흉부방사선검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 응급혈액검사가 시행되지 않은 점이 명백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이 환자의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B병원 대표가 응급의료기관이 아니고 응급실에 근무한 의사 또한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여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의 검사와 그에 따른 조치를 모두 수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응급혈액검사, 호흡수 측정, 흉부방사선검사 등은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의로서도 충분히 실천 가능한 진단 수준에 해당한다"며 B병원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민사재판부는 1심 판결의 손해배상 금액을 조정해 B병원 대표는 환자 배우자에게 2333만 3333원, 자녀 3명에게 각각 5423만 8478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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