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이중개설 위반했어도 급여청구 정당 시 환수처분 부당 판단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9일 의료기관을 이중으로 개설해 의료법(제4조 제2항, 제33조 제8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건강보험법(제57조 제1항)에 따라 해당 요양기관 개설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환수처분한 것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A의사(정신건강의학과)는 2010년 1월 7일부터 2015년 4월 30일까지 인천시에서 정신병원을 개설해 운영했다.
그런데 서울시지방경찰청 수사 결과 이 사건 병원은 이중개설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경찰은 수사 결과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통보했고, 건보공단은 수사결과 통보를 근거로 2018년 8월 A의사에게 57억 4683만 6920원의 요양급여 환수처분을 했다.
이런 처분에 대해 A의사는 서울행정법원에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A의사는 의료법(이중개설 금지)을 위반하지 않았으므로 의료법 위반을 전제로 국민건강보험법(부당이득 징수)을 적용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처분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병원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를 대여해 개설한 병원이 아니라 A의사 자신의 명의로 직접 개설해 독자적으로 운영한 병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A의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중개설 금지를 위반했다고 봤다.
반면, 이중개설 금지를 위반했다고 해서 정당하게 환자를 진료하고, 요양급여비를 청구한 것을 부당이득이 된다고 보지는 않았다.
서울행정재판부는 "의료법(제4조 제2항, 제33조 제8항)을 위반해 개설된 의료기관의 경우 개설허가가 취소되거나 의료기관 폐쇄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는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보험급여비용을 건보공단으로부터 받는 것 자체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국민의 의료급여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재산권 및 직업행사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이므로, 요양급여가 이뤄졌음에도 그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운영했더라도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정당한 요양급여가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면 원칙적으로 그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위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고, 법익의 균형에도 부합한다"는 것.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이런 이유로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이용환 변호사(법무법인 고도)는 "이중개설 금지 위반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속칭 사무장병원과 달리, 요양급여 비용 보류 규정과 환수처분 규정이 없고, 이중개설 금지 위반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의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누적되고 있음에도 법적 근거 없이 이중개설 금지 위반을 이유로 지속해서 요양급여 환수처분을 하는 것은 의료기관에 대한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중개설 금지 위반을 이유로 한 구청장의 '의료급여 부당이득금 부과 처분'에 대해서도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위 판결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관련 법률>
* 의료법 제4조 제2항(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다만, 2개 이상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하나의 장소에 한하여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