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위험 높은 수술 대상...환자 의료정보 접근권 확보"
의료계 "수술실 내 CCTV 설치...프라이버시·인권 침해" 비판
수술실 내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의료계 반발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서울 동대문구갑·국방위원회)은 21일 의료인이나 환자 등에게 동의를 받아 영상정보처리기기(CCTV)로 수술실 내부를 촬영하는 것을 의무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 발의에 동참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김두관(경기 김포시갑)·김병기(서울 동작구갑)·민홍철(경남 김해시갑)·심기준(비례대표)·안호영(전북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유승희(서울 성북구갑)·이상헌(울산 북구)·이원욱(경기 화성시을)·이훈(서울 금천구)·정재호(경기 고양시을)·제윤경(비례대표) 의원, 자유한국당 김성찬(경남 창원시 진해구) 의원, 바른미래당 김중로(비례대표)·채이배(비례대표) 의원 등 14인이다.
안 의원은 "최근 경기도 성남시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 과실로 신생아가 사망했으나, 병원에서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이 수사과정에서 밝혀졌다"면서 "또한 의료분쟁 관련 재판의 약 30%가 외과적 수술을 수반하는 의료행위에서 기인하고, 의사면허가 없는 자의 불법대리수술 적발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환자나 보호자들이 수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밝힌 안 의원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수술실 CCTV 설치는 환자와 보호자의 알권리 확보와 더불어 의료분쟁의 신속·공정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라며 "의료사고 발생 시 촬영 자료를 이용해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하게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개정안을 발의한 취지를 설명했다.
안 의원은 앞서 지난 14일 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발의를 취소해 철회된 바 있다.
한편, 의료계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침해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충북의사회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헌법이 규정한 자유와 권리의 본질을 침해한다"면서 "의사-환자와의 상호 신뢰를 전제로 한 은밀한 사적 공간인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하면 수술을 받는 환자의 수술 부위는 물론 민감한 부위까지 노출된다. 프라이버시 침해와 인권 침해적 요소가 많다"고 우려했다.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법적인 제제는 목적에 비례해야 하며 그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최소한의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한 충북의사회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아무리 목적과 결과가 좋더라도 그 수단과 방법에 문제가 있다면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영상 유출로 인한 부작용도 지적했다.
"환자의 수술 장면 또한 인터넷 유출 우려가 매우 크고, 유출된다면 어마어마한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힌 충북의사회는 "철저히 보안 시스템을 구축한 국방부나 금융권 등에서도 해킹으로 인해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정보 유출을 막고자 하는 기술보다 뚫고자 하는 기술이 더욱더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면서 정보 유출로 인한 폐해를 짚었다.
"근로자들도 근로현장을 CCTV로 감시하면 인권 침해라고 적극 반대하고 있다"고 밝힌 충북의사회는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인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수술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면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치료행위보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치료행위가 만연해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의사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직업적 자긍심과 존엄성을 상실케 함으로써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사회적 자본이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전했다.
아울러 CCTV 설비·설치·관리 비용·인력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의료기관이 짊어지게 될 것이라는 점도 들었다.
대리수술을 예방하기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충북의사회는 ▲수술실 입구 CCTV 설치 ▲외래 진료·수술 진행 일정 공개 ▲수술 참여 의료진 명단 고지 ▲수술실 출입 기록 공개 등으로도 입법 취지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어디에도 의료인을 감시하려고 CCTV를 설치하는 국가는 없다"고 밝힌 충북의사회는 "목적과 결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수단과 방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