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G제도에 대한 의료계 입장

DRG제도에 대한 의료계 입장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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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G 시행에 직접 관련돼 있는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외과학회,대한이비인후과학회,대한안과학회 등 4개 학회 및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전체 의료계는 DRG를 '의학발전에 역행하는 제도'로 규정하고 있다.

의료계는 DRG가 단순한 진료비 지불체계를 변화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의료의 질과 의학 발전이라는 의료의 본질적인 부분까지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의료의 획일화와 의료의 질적 저하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강행하게 되면 의료의 침체와 국민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제도 시행의 주체인 의료계의 합의나 사전 조율없이 DRG 제도를 강행하는 것은 준비 안된 의약분업제도와 같은 부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자 선택권 침해,의료 질 저하
학계는 정부가 시행하려는 DRG제도는 양질의 진료를 선택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환자의 존엄성과 국가의 미래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RG는 최선의 진료가 아닌 평균적인 진료만을 인정하고 있어 양질의 의료나 보다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의료소비자로서의 권리와 편익을 추구할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의학계는 DRG는 질병 치료를 위해 동원되는 의료기술 및 자원의 질이나 양, 환자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일률적인 치료기준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환자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진단이나 치료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모순점을 지적하고 있다.

질병 치료를 위해 필요한 의료기술이나 자원을 투입하려고 해도 일정 규모 이상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의료행위를 구조적으로 묶어놓음으로써 의료행위에 제약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개개인의 얼굴이 다르듯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질환의 상태가 절대 일률적일 수 없음에도 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진료를 규격화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을 일개 기계로 취급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DRG는 질환에 부합하는 의사의 적정,소신진료를 제한하고 의학의 신기술 접목의 방해요인으로 작용, 의료의 질적 저하와 의료기술의 발전에 저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전면 시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의학계는 다양한 진료의 형태를 위축시키고 제한할 경우 왜곡된 진료행위를 낳게 되며, 결국 의료의 질 저하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계는 DRG연구용역을 주도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의료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민간의료기관들이 의료의 질을 무작정 낮출 수는 없으므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대해 경악하고 있다.

■의료분쟁 안전장치 미비
진흥원은 서비스 과소 제공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하게 되어 결국 의료기관의 손해로 돌아가기 때문에 DRG 하에서도 적정 수준의 질을 유지하고자 하는 유인이 존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학계는 한국형 DRG는 합병증이나 질환의 심각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상의 미비점으로 인해 중증 및 복합적인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의 경우 추가 소요되는 자원이나 의료의 질에 대한 부담을 전적으로 의료기관이 감당하도록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는 이같은 미비점으로 인해 국내 시범사업 과정에서 중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들의 손실을 보상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선택 DRG에 종합전문요양기관이 대부분 불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자원을 제한적으로 투입함에 따라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늘어나게 되고, 이로 인한 의료분쟁이 더욱 많이 발생할 우려가 있음에도 환자와 의사를 함께 보호할 수 있는 의료분쟁조정법을 비롯한 안전망이 전혀 구축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DRG하에서 더 늘어나게 될 의료분쟁으로 인한 비용,인력 손실문제를 전적으로 의료기관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외과학회는 DRG가 의료수가의 원가 창출에 대한 근거가 모호하고, 시범사업 실시 후 복지부와 의협이 결과를 분석하고 평가한 후 미비점을 수정,보완하기로 약속했으나 아무런 토의과정 없이 일방적인 결과 분석자료를 근거로 전면 실시를 강행하는데 대해 반기를 들었다.

학계는 의료기관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의료의 질 저하를 발견하고, 이를 공개하거나 진료비를 삭감한다면 질 저하는 우려한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흥원 보고서에 대해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의료기관에 대한 모니터링의 본질은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제공을 통해 자율적으로 의료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임에도 결과 공개와 이에 근거한 진료비 삭감책으로 악용하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발상이라는 것이다.

■선택 DRG 통해 고쳐야
선택 DRG제도를 계속 시행하면서 연구를 통해 잘못된 점들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입장이다. 산부인과학회는 우선 공공병원에서 실시하여 DRG제도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미비한 부분을 수정,보완하여 이해 단체들과 협의하는 합리적인 정책 형태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이비인후과학회도 DRG 선택 실시에 대부분 1차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므로 이를 토대로 제도 자체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비인후과학회는 국,공립병원에서 실시하여 질병의 자료 분석과 중등도 분류를 다시 시행하여 그후 이 제도의 도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 평가에는 환자측의 만족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개협은 정부가 준비되지 않은 의약분업 시행으로 인해 열악해진 건강보험재정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 '경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 강화' 등 재정절감에만 치중하는 졸속 정책을 내놨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개협은 DRG로 초래될 수 있는 의료의 획일화, 1차의료 붕괴, 국민건강권 침해 등의 후유증은 전적으로 정부책임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련 학계와 개원의협의회는 정부가 DRG를 강행할 경우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대한병원협회 등 전 의료계와 연대, 강력한 투쟁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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