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마크로젠 연구팀, 조기진단 바이오마커 발굴
악화 가능 환자군 예측…조기치료·생존율 향상에 기여
미분화 갑상선암은 발병 시 1년 안에 사망하는 '나쁜 암'이지만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생존율을 80%까지 높일 수 있다. 국내 의료진이 이런 미분화 갑상선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
분당서울대병원(정밀의학센터 서정선 석좌교수)·서울대병원(내분비내과 박영주 교수)·마크로젠(유승근 선임연구원) 공동연구팀은 미분화 갑상선암 조기진단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IF=11.878)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한국인 갑상선암 환자 113명의 DNA와 25명의 RNA를 NGS(차세대 염기서열분석)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미분화 갑상선암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는 다수의 바이오마커를 발굴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갑상선암 세포에서 암 억제 유전자(TP53·CDKN2A 등) 변이가 발견되는 경우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런 바이오마커가 나타나는 환자는 조기치료 대상자로 선별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연구팀은 CDKN2A 유전자와 갑상선암 예후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도 최초로 규명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22%는 CDKN2A 유전자에 결실이 존재했으며, 이 경우 결실이 없는 환자에 비해 예후가 매우 나빠 치료 후 생존율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CDKN2A 유전자에 결실이 있는 경우: 위험도 6.67배 상승/이 유전자가 생성하는 p16 단백질의 발현까지 떨어지는 경우: 위험도 35.25배 상승).
이 밖에도 텔로미어 길이 조절 유전자(TERT) 변이와 발암 유전자(AKT1·PIK3CA·EIF1AX) 변이 또한 미분화 갑상선암과 진행성 분화 갑상선암을 예측할 수 있는 조기진단 바이오마커로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새 치료후보 물질도 발굴됐다. 연구팀은 일부 미분화 갑상선암 조직에서 JAK-STAT 신호전달 경로가 활성화된 것을 확인했으며, 실험을 통해 이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하면 미분화 갑상선암의 증식이 저하됨을 증명했다.
미분화 갑상선암은 '착한 암'으로 알려진 분화 갑상선암과는 달리 평균 생존기간이 1년 미만인 치명적인 암이다. 주변 장기 및 림프절로의 전이가 빨라 예후가 매우 나쁘며, 늦게 발견해 암전체가 미분화암으로 악화되면 5년 생존율이 14%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찍 발견해 일부만 미분화한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81%로, 조기 치료 시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박영주 서울의대 교수는 "미분화 갑상선암은 초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다수의 표적 치료제 효과가 기대되는 바이오마커를 확인한 이번 연구결과는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조기진단과 맞춤표적치료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성과"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서정선 석좌교수는 "DNA 및 RNA 정보가 암의 진행상태와 크게 관련있다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환자 개인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한 맞춤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재확인할 수 있었다"며 "미분화 갑상선암 조기 예측 및 치료를 통해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마크로젠의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특히 DNA 분석에는 마크로젠에서 특별 제작한 갑상선암 맞춤 패널이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