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월의 중반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하반기가 지나면 2020년 내과의 경우에는 3년제 전공의 선생님과 4년제 전공의 선생님이 동시에 배출됩니다. 이전보다 많은 인원이 내과 전문의로 배출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내과 전문의 채용 시장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에는 병원 입장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고 장기간 근무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병원들이 2020년 3년제 내과 전공의로만 운영되는 시점을 대비하여 입원전담전문의를 미리 채용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설명회도 하고 헤드헌터, 구인구직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내부 조직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홍보합니다. 하지만 투여되는 노력과 비용 대비 성과는 낮습니다, 즉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렵게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했다고 하더라도 단기간 근무하고 사직하는 비율 또한 높습니다. '신규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 교육 -> 사직 -> 다시 새로운 입원전담전문의 재 채용 -> 재교육 -> 또 다시 사직'과 같은 일들이 실제 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이러다 보니 상호간의 신뢰 또한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전담전문의 대로 계약 시 조건과 실제 근무 조건이 다른 경우에 당황해 합니다. 또 병원이 채용하고 나서는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단순 대체인력으로만 생각하고 있음에 슬픔을 느끼기도 합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아직 병원 내 새로 생긴 직책이다 보니 병원 내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직역 간 병원 내 갈등에서 아무도 본인을 도와주지 않음에 어려움을 느끼고 사직하기도 합니다.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려는 병원과 입원전담전문의 근무를 원하는 전문의 모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보다 20여년 먼저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를 시작한 미국의 경우가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와 미국은 지불제도, 인력구성, 의료의 접근성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참고로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적 자원(Human resource) , 인력 채용 방법, 인력 유지를 위한 동기 부여 방법 등은 나라를 떠나서 보편적으로 작용하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에서는 Hospitalist Recruitment and Retention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발간되기도 했고 관련 칼럼들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 중 2009년 10월 ACP Hospitalist에 실린 stacey Butterfield의 Hold on to your hospitalists 라는 글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2018년 기준 61,000명의 입원전담전문의(Hospitalist)가 근무하고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지만 이 글이 쓰였던 당시에는 입원전담전문의 성장에 따른 고민 또한 있었습니다. 2005-2006년 기준 현재의 우리나라처럼 입원전담전문의가 매년 사직하는 비율은 9%에서 최대 20%까지 이를 정도였습니다.
대부분 입원전담전문의는 높은 연봉만을 원한다고 생각했지만 2006년 당시 미국 입원전담전문의 대상 조사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32%는 높은 보상(즉 연봉 등)을 위해서 사직한다고 했지만 그보다 많은 비율인 51% 에서는 cultural fit 때문에 사직한다고 하였습니다.
cultural fit은 한국어로는 조직 문화 적합성, 조직 문화와의 궁합 등 다양하게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이를 미리 채용 전부터 파악하기 위해서는 채용 면접 시부터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과 책임(role and responsibility)에 대해 솔직하게 서로 간에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입원전담전문의 대상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2018년 7월 내과계 입원전담전문의 대상 설문조사(중복 답변 허용)에서 87.5%가 입원전담전문의 정착을 위해서는 입원전담전문의의 병원 내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점진적 급여 인상은 45.8%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병원 내 경영진에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하는 항목입니다.
그리고 비록 전문의이긴 하나 신규 입원전담전문의의 빠른 정착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멘토제(mentoring)와 끈끈한 팀웍이 꼭 필요하다고 ACP Hospitalist 칼럼의 저자는 주장합니다.
저는 2년 반 전에 입원전담전문의에 지원을 하고 현재까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제 입원전담전문의 동료들 또한 사직하기도 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분이 채용되기도 하였습니다.
저 또한 새로운 입원전담전문의 선생님을 채용하기 위하여 구인글을 올리고 면접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채용과 유지를 위한 짧은 제언을 드려봅니다.
병원이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할 때는 먼저 사전에 충분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해야 하는 이유, 채용 후 입원전담전문의가 담당하게 되는 역할과 책임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신규 직책이기 때문에 채용 이후에 어려움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면접시 솔직하고 충분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렵게 채용한 입원전담전문의를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병원 내 관리 조직이 필요합니다. 이미 자리 잡은 다른 병원 내 직책과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멘토제를 둔다거나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핫라인 또는 관리 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입원전담전문의끼리 서로 격려하고 도울 수 있도록 팀이 필요합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혼자서 할 수는 있으나 최대의 능력,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팀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입원전담전문의 선생님들과 입원전담전문의 팀을 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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