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대화방도 안돼"...대법원 '명예훼손' 유죄
반복적·고의성 인정되면 '음란물 유포죄'도 적용
'비공개 커뮤니티'.
특정 분야의, 특정 자격을 가진 사람들만으로 구성된 커뮤니티로,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의료계에도 역시 특정 의료인들만 가입할 수 있는 수많은 커뮤니티가 있다. '의사'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있고, 의사 중 특정 전문과나 직종을 가진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밀폐된(?) 공간 속에서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유익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친목'이 짙어지고, 비밀이 유지된다는 믿음이 강해지면서 간혹 '재미' 추구를 위한 음담패설이나 선을 넘은 욕설·비방 등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했던가. 최근 '공보닷컴'에서 '몸 로비 정황' 게시글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당사자라고 밝힌 A의사는 논란이 된 게시글이 '소설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커뮤니티 역시 공중보건의사 출신의 남성 의사만 가입할 수 있는, 비공개 인터넷 커뮤니티다.
'비공개'로 믿었던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글이 온 국민이 보는 언론에 버젓이 공개된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특히 방심하기 쉬운 '비공개 커뮤니티'에서 조심해야 할 위법 사항들을 짚어봤다.
비공개 대화방이라도 '명예훼손' 유죄 인정한 대법원 판례
비공식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보면 익명성에 기대, 특정인과 싸움이 붙거나 유명인을 비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김일수 변호사(대한의사협회 보험정책국)는 "모욕과 비난의 상대방이 유명인이거나, 익명 ID라도 상대방 특정이 가능한 정보가 있다면, 명예훼손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공개 대화방에서 이뤄진 모욕 행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2007도8155)도 있다.
A씨는 개인 블로그의 비공개 대화방을 애용해 왔다. '비공개'라는 특성으로 평소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스트레스 창구'로 이용해 왔다. 어느 날은 B씨가 비공개 대화방에 접속했다. B씨는 대화창에서 "비밀을 지키겠다"는 말을 했다. B씨의 말에 평소보다 더 긴장이 풀어진 A씨는 평소 하지 못했던 비방과 욕설이 섞인 대화를 이어갔고,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당하게 됐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에서 비록 비공개 대화방에서 이뤄진 비방이었지만, 해당 내용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의 유죄를 인정했다.
김일수 변호사는 "해당 사례와 같이 비공개 대화창에서 이뤄진 비방·욕설이라 하더라도,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명예훼손, 모욕, 민사손해배상의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짚었다.
반복적·고의성 인정되면 '음란물 유포죄' 해당
'음란물 유포죄'는 보통 토렌* 등 광범위한 음란물 유포를 주로 제재하는 법적 근거가 된다. 하지만, 개인용 웹페이지에 음란물을 업로드해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대법원 판결(2017년 10월 26일 선고 2012도13352)사건에서, C씨는 인터넷 개인 블로그에 '성기 사진'을 게시했다가 처벌받았다.
김일수 변호사는 "해당 사안처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웹페이지 공간이나 비공개 비공식 커뮤니티라도 이를 반복적 혹은 고의적으로 올린 것이 인정될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적인 온라인 장소'로 여긴 '단톡방'이나 개인 계정 블로그, 홈페이지 역시 '음란물 유포죄'나 '명예훼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김일수 변호사는 "예전에는 단톡방 등을 사적인 대화자리 정도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부 대학생들이 단톡방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다가 교내징계를 받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단톡방에서는 형법상 명예훼손 및 모욕이 충분히 성립하는 만큼, 비공개성 커뮤니티에서 올린 글도 충분히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버가 해외에 있지 않는 한 형사고소가 제기됐을 경우, 서버 관리자는 IP와 정보 일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한 김 변호사는 "범죄 앞에서는 익명성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신중히 활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불법 정보의 유통금지 등) 제1항은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동법 제70조 혹은 제74조에 따라 벌금 또는 징역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불법 정보 유통 사례)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하는 내용의 정보
▲청소년 보호법에 따른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 확인, 표시의무 등 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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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에 따라 분류된 비밀 등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내용의 정보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