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심사 선도사업 강행
자율성 보장하되, 문제기관에 강력 패널티...의료계는 반발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8월부터 고혈압·당뇨 등 일부 질환에 대해 새로운 심사기법을 본격 적용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6일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을 위한 분석심사 선도사업 지침'을 공고했다.
심사체계 개편의 핵심은 분석심사의 도입이다. 현행 명세서 건별심사를 기관단위 경향별 심사로 전환한다는 것이 골자.
각각의 청구건이 급여기준에 맞는지 여부를 따지던 기존 방식과 달리, 경향성 비교를 통해 동일 유형의 의료기관에 비해 '튀는' 의료기관에 한해 집중계도와 정밀심사한다는 것이 핵심 운영방식이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8월 일부 질환을 모델로 하는 선도사업을 시작으로 심사체계 개편작업을 본격화, 2022∼2023년경에는 현행 건별심사를 분석심사로 완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8월부터 의원 고혈압·당뇨 청구분, 심사방법 변경
8월부터 새 심사기법을 적용받게 되는 이른바 선도사업은 고혈압·당뇨·천식·COPD·슬관절치환술·MRI·초음파 등 모두 7개 항목이다.
구체적으로는 ▲고혈압·당뇨·천식·COPD 등 이른바 만성질환파트는 의과 의원급 외래 청구건 ▲급성기 진료영역의 슬관절치환술은 대상 수술을 실시한 의과 의료기관 전체 입원 청구 건이 새 심사기법을 적용받는 분석심사 대상이다.
기존에도 분석심사를 적용받고 있던 MRI·초음파는 현재와 동일하게 모니터링 심사방식이 유지된다.
달라지는 것은 심사를 하는 방식으로, 요양기관의 청구방식은 기존과 동일하다. 선도사업은 2019년 8월 1일부터 2020년 7월 31일까지 1년간 진행된다.
진료비 심사방식 어떻게 달라지나?
선도사업 대상은 현행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금 처리기준이 아닌, 선도사업 지침에서 정한 심사방식과 기준을 우선 적용한다.
심평원이 내놓은 새 심사 프로세스는 이렇다.
지금은 심평원에 진료비 청구명세서가 접수되면 우선적으로 8단계의 정형화 된 전산심사를 거쳐, 심사직원에 물량이 분배되고, 각 심사직원들이 명세서를 살피며 심사기준 등의 준수여부를 체크하고, 기준이 맞지 않는 경우 심사조정 등을 진행한다.
명세서를 청구한 의료기관은 8단계의 전산심사와 인력심사를 거쳐 조정되고 난 나머지 금액을 최종 진료비로 받았다.
분석심사에서는 급여 및 심사기준 준수여부를 깐깐하게 따지지 않는다.
착오청구 등 필수점검 사항으로 현행 전산심사와 유사한 단계를 거치나, 건별로 횟수·개수 등 제한적 급여기준, 심사기준 및 지침 준수여부 등은 원칙적으로 심사대상이 아니다.
심사기준을 따지는 과정이 줄어들기 때문에 삭감되는 비용도 적어진다. 분석심사에서는 필수점검을 통해 결정된 조정금액만을 반영해 요양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한다.
때문에 직전년도 현지조사 거부기관·거짓청구 기관 등에는 분석심사 시에도 기존 적합성 심사가 병행된다.
청구경향 확인하는 분석심사, 안 고치면 강력 패널티
그 대신 분석심사에서는 기관들의 진료 경향성·변이를 살피고, 심각한 수준의 문제가 발견된 기관에는 사전 경고 단계를 거쳐, 강도 높은 패널티를 부여한다.
동일 유형 타 요양기관보다 의료 질이나 비용적인 면에서 큰 변이를 보이는 기관이 그 대상으로, 해당 기관에는 1차로 '정보제공'(분석지표 결과 공개), 2차로 서면·대면 컨설팅 등 '밀착중재' 등 중재가 이뤄진다.
이 같은 중재에도 지속적으로 변이가 지속·심화되면 '심층심사' 대상이 된다. 심층심사 대상으로 분류되면 바로 급여비 지급보류 조치가 이뤄지며, 추가로 의무 기록확인까지 보장하는 집중적인 심사와 조정을 받게 된다.
중재와 심층심사의 주체로는 심평원 심사위원과 임상현장 전문가가 함께 참여한다. 현장 임상전문의의 심사 참여로 심평원이 의미를 부여하는 부분이다.
사전 중재없는 심층심사 가능, 예외조항 우려
반대로 사전 중재 없는 심층심사 대상 지정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둔 점은 우려점으로 지적된다.
심평원이 이날 공개한 지침에 따르면, 통상은 1∼2단계의 중재단계를 거친 이후에도 개선이 없는 기관을 심층심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으나 '요양기관 특성이 긴급·심각 등인 경우 단계를 단축해 심층심사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거짓 청구·거부 기관으로 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거나 자료요청시 불응, 청구경향이 심각수준으로 급격한 변화를 보일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는 게 심평원의 설명이다.
의료계는 진료를 획일화·평준화할 우려가 있다며 여전히 분석심사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최근 낸 성명을 통해 "통계적으로 평균적인 진료 행태에서 벗어나면 이를 '변이'라고 지목해 삭감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환자의 특성에 맞는 진료는 불가능해지고 진료를 하향평준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석심사에서 도입하려는 전문심사위원회 역시 지금의 심사위원 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도 지적한 대개협은 "나날이 발전하는 의학과 다양해지는 진료를 전문가 몇 명이 다 재단할 수 없다. 기존의 급여기준과 진료비 총액에 따라 삭감한다면 이중·삼중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