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확대되는 비급여 급여화...醫, 육탄방어

의원급 확대되는 비급여 급여화...醫, 육탄방어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7.3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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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원 규모'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급여전환 첫 타깃
전문학회·개원가 입모아 "졸속급여 반대"...정부만 딴소리

ⓒ의협신문
30일 심평원에서 열린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 포럼. 의협을 대표해 참석한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토론 시작과 동시에 단상에 올라 항의의 뜻을 표했다. 임 회장은 토론의 시작을 알리는 인사말에 나선 허윤정 심사평가연구소장 앞에 드러누웠고, 뜻을 함께하는 소아청소년과의사회원들이 이들을 둘러싸고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단상점거 시위는 토론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의협신문

병원급 이상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비급여 급여화 작업이,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첫번째 타깃은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정부는 급여 전환 필요성이 충분하다며 논의를 본격화할 모양인데, 의료계는 육탄방어전을 불사할만큼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0일 심평원 서울사무소에서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을 주제로 심평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심평원이 수행한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급여 적정성 분석결과가 발표됐다. 현재 비급여인 인플루엔자 간이검사를 급여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살펴보는 연구다.

연구팀은 △진단적 가치 △비용효과성 △사회적요구도 등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인플루엔자 간이검사를 급여화할 만한 근거가 있다고 했다.

항바이러스제 적정 투여 및 항생제 투여 감소에 기여할 수 있고, 환자의 빠른 격리가 가능하며, 대체검사에 비해 비용효과성이 있고, 인플루엔자의 유병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요구도도 크다는 판단이다.

현재 인플루엔자 간이검사의 대부분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고 있어, 급여전환시 대다수 개원가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비급여 규모가 전체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료계는 "졸속 급여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와의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의 분석결과도 신뢰할 수 어렵다고 했다.

은병욱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보험위원은 "한마디로 부실급여화"라며 "급여화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는 것 조차 시기상조로 느껴질 만큼 준비가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항바이러스제 적기 투여를 위한 신속검사로서 검사 필요성 자체는 인정되나, 진단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진료지침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질병부담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회적 요구도·재정영향 등을 통합적으로 파악할 근거가 미비하다는 분석.

서유빈 대한감염학회 정책기획위원 또한 "심평원 측은 일본과 미국 등의 사례를 들어 급여화 타당성이 있다고 하나, 객관적 근거 없이 다른 나라에서 이렇게 하고 있으니 우리도 해도 된다는 식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비용효과대비 연구 또한 부족한 상태다. 국내 현실에 객관적 데이터를 먼저 마련한 뒤 급여화를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꼬집었다.

수가 수준이나 형태도 왜곡될 우려가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앞서 정부는 응급실 보장성 강화대책의 일환으로 응급실 인플루엔자 간이검사를 급여화하면서, 종합병원 간이검사 수가를 1만 6000원으로 정했다. 관행가인 3∼4만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으로, 정부는 별도의 보상책을 마련 중에 있다. 

종병 수가를 반영해, 의료계가 추산한 의원급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수가는 1만 3350원. 내과 개원가 자체설문으로 확인된 관행가 3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를 대표해 토론자로 참석한 한상철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는 "정부가 의료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탁상행정을 하다보니 나온 결과"라며 "관행수가에도 못 미치는 수가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 결국 의사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플루엔자 간이검사를 급여화하려면 당연히 그 수가에 합병증과 비출혈 등 행위에 따른 위험도, 감염예방을 위한 조치비용인 감염관리료, 진료시간을 반영한 행위료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며 "의사는 노예가 아니다. 이런 일방적인 급여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개원내과의사회가 회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내과 개원의의 89.55%가 현행 방식(수가 1만 3350원 수준)의 급여화에 반대하는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의사협회를 대표해 참석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토론을 거부하고 단상에 드러누워 육탄방어전을 펼쳤다.

소청과의사회는 토론에 앞서 성명서를 내어 "보건복지부는 환자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이 나라 보건의료의 가장 전문가인 의사들과 논의 없이, 일부 관변 학자들과 논의 후 (간이검사 급여화)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신문
임현택 회장과 단상논성을 함께 했던 한 소청과의사회원은 토론회가 끝난 후 손영래 예비급여과장에게 직접 항의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의협신문

보건복지부는 현재 급여화 필요성을 확인해 나가는 단계로, 적정빈도와 수가수준 등 구체적인 내용에 향후 의료계와 논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급여화 때는 기존 비급여 급여화 과정과 마찬가지로 현행 비급여 규모만큼의 손실보장도 함께 진행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은 "이번 토론회는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급여화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자리"라며 "일단 학문적인 측면서 급여화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수가수준과 비급여로 인한 손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상해 나갈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힌 손 과장은 "이를 어떻게 구체화 해 나갈지는 하반기부터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해 다들 동의하는 방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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