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코오롱·신라젠, 제약바이오섹터 기대감에 '찬물'
허술한 기술특례상장, 개인투자자 자금으로 '모험' 조장
승승장구하던 신라젠이 연달아 거래일 하한가를 맞았다. 한때 1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던 시가총액은 5일 장마감 기준으로 1조 550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신라젠의 폭락은 제약바이오주 섹터 전체에 폭탄이 됐다. 코스피 의약품업종은 8.8%, 코스닥 제약업종(신라젠은 기타서비스 업종)은 10.3% 급락했다.
제약바이오섹터는 악재의 악재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시작으로 지난 5월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사태'에 휩싸였다. 이 상황에서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중단은 섹터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만 5000포인트를 돌파했던 코스피 의약품업종 지수는 8013포인트까지 내려왔고 1만 1500포인트이던 코스닥 제약업종 지수는 6280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전체 제약바이오섹터 시총이 1년새 40%가량 증발한 것.
삼성바이오로직스,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신라젠은 공통적으로 시가총액에 비해 실적이 터무니없이 초라하다.
회계조작이라는 외적 요인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차치하더라도 코오롱티슈진과 신라젠의 지난해 영업손실률은 700%에 달한다.
기대감에 의한 주가 상승이었다. 일각에서는 폭락의 원인을 가능성만으로 상장을 쉽게 허가하는 제도에서 문제를 찾고 있다. 이 탓에 개인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이 지옥 속에 들어서 버린다는 설명이다.
기술특례상장은 사업성 대신 기술의 잠재성을 보고 주식시장에 상장 허가를 내어주는 방식이다. 지난 2005년 도입됐지만, 2015년 12곳 이후 급격하게 사례가 늘었다. 지난해에는 21곳의 기업이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에 성공했다.
이 기술특례상장 혜택을 받는 대부분이 제약바이오업체다. 지난해 21곳 중 제약바이오업체는 18곳이었다.
신라젠 또한 2016년 이 제도를 통해 펙사벡의 기술평가를 받아 상장했다.
당시 기술평가 기관은 펙사벡에 기술평가 AA등급을 주며 신라젠이 2019년 6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수출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부터는 순이익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올해도 신라젠은 4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기술수출 소식은 없다. 순이익 전환은 먼 얘기다.
신라젠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술특례상장 업체는 여전히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기술특례상장 업체들의 총은 국내 매출액 1위 제약사 유한양행의 시총(5일 종가기준 2조 8400원)을 훌쩍 뛰어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주가상승의 원인은 오롯이 기술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후보물질이 글로벌의약품으로 개발될 기대감뿐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국산 후보물질이 글로벌의약품으로 성장한 경우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글로벌의약품 개발은 세계 유수의 제약사들도 임상 3상에서 후보물질을 잇따라 포기하는 등 가능성이 낮은 모험이다.
이 모험을 개인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국내 제약바이오섹터의 현실이다.
그런데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기술특례상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기존 대상이던 중소기업을 스케일업기업까지 확대한다. 스케일업기업은 최근 2사업연도 매출액이 연평균 20% 이상 증가한 기업을 말한다.
기술평가 우수기업은 거래소의 기술성 심사도 면제된다.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등급이 AA 이상인 경우 거래소의 기업 계속성 심사 중 기술성 심사를 면제받는 것.
이에 대해 증권가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섹터에 거품이 있다는 점은 모두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간 기대심리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의 사건들은 이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부가 최근 밝힌 기술특례상장 활성화도 문제가 있다. '인보사'의 외부평가기관 평가등급이 AA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