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가족협회 "반인권적 자치행정" 인천 서구청 비판
의협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 '직권남용'" 9일 인천지검 고발
정신질환자 단체와 의료인들이 함께 폭염 속, 인천 서구청 앞을 찾았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정신병원 개설 거부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인천 서구청장에 대한 검찰고발도 진행됐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와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관계자들, 그리고 사건의 당사자인 제용진 원장 등은 9일 오전 11시 인천광역시 서구청 앞에서 '인천광역시 서구 정신병원 개설 불허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아침부터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이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인천 서구청의 개설 불허는 최근 대법원 판결 동향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과 2019년, 정신과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두 사례 모두 "정신과 의료기관 개설신고 불가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2019년 판결에서 대법원은 "막연한 우려나 가능성만으로 병원 증설이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정신과 환자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정신병원 증설을 불허한 지자체 결정에 대해 법원이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통보서에서 밝힌 '시설조사 결과의 미비사항' 또한 시정명령을 통해 개선을 요할 사항"이라며 "절대로 개설 거부처분을 내릴 사항이 아니다. 이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짚었다.
"관계 법령에 의거한 적법한 사유 이외의 이유로 인해 정신병원의 설립을 거부한 것은 병원 개설자뿐 아니라 정신질환자, 그리고 가족들에게 또 다시 큰 상처를 입힌 것"이라면서 "또한 사회적 편견으로 고통받고 있는 정신질환자를 위한 국가적인 인식개선에 역행하는 반인권적인 자치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인천시 서구청장은 해당 정신병원이 '의료법' 및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제한 사유 중 어느 것에 해당되는지 소상히 밝히라"면서 "관계 법령에 의한 시정명령이 아닌 개설 거부 처분을 내린 사유에 대해 즉각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인천시 서구청장은 적법한 절차 및 기준에 의거한 해당 의료기관 개설 거부 처분 통지를 즉각 철회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힌 최대집 의협 회장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정신질환자 및 가족들에게 즉각 사과하라"고 외쳤다.
조순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장은 "오산 세교신도시에 이어, 또다시 나온 님비현상에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호소했다.
"정신병원을 기피하기만 한다면, 환자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한다는말이냐. 갈 병원이 없어 병이 깊어져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면, 우리 책임지겠느냐"면서 "정신질환을 방치해 서구 일대를 돌아다니길 원하는가, 아니면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길 원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조순득 정신장애인가족협회장은 "정신질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병원이 더 많이 생겨,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님비현상이 아무리 심하다해도, 무조건적인 반대는 멈추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신병원 개설 불허는 정신질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힌 조순득 회장은 "이후,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600만 정신질환자들과 가족은 대한의사협회와 유관기관과 함께 연대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의협은 인천 서구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이후, 인천 서구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대집 회장은 "고발장 제출 이후, 인천 서구청이 스스로 잘못된 행정을 돌이킬 기회를 주겠다"며 "하지만, 이후에도 입장을 고수한다면 당사자와 함께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서구 보건소는 5일 주민의 안전과 세계보건기구(WHO)의 병상권고기준 등을 이유로 정신병원 개설 허가를 거부했다.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은 개설 허가 거부 통보에 앞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WHO의 권고기준은 인구 1000명당 1개 병상이다. 서구에는 이미 1058병상이 있다"며 "권고기준을 초과한 병상수가 자리 잡고 있어, 추가 시설을 배제한다"고 불허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