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변호사 '기간 단축·수월해질 것' 예측
근로복지공단 "산재 인정 증가는 제도 개선으로 인한 큰 흐름"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당직 중 사망한 故 신형록 전공의의 죽음을 '산재'로 최종 판단했다.
'전공의법'에 따르면, 주당 최대 수련 시간은 80시간, 최대 연속근무시간은 36시간이다. 한편, 근로복지공단 산재 인정기준은 주 60시간 이상 근로다. 산술적으로만 봤을 때, 전공의법을 준수한다고 해도, 산재 인정기준을 훨씬 넘는 수치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고 신형록 전공의 산재 인정 이후,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이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여기에 추후 전공의들의 사망 혹은 상해에 대한 '산재' 인정이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지수 변호사(대한의사협회 보험정책국)는 고 신형록 전공의 산재 인정 이후, 전공의들의 산재 인정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봤다.
서지수 변호사는 "판결에서 '선례'가 중요하듯 산재 인정 역시 선례가 나온 만큼, 이전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공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무 시간이 산재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전공의법을 준수하더라도 과로사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이유"라며 "결국 산재 인정기준에 대한 충족 여부가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초과 근무 등으로 인한 신체 상해, 사망 등에 대한 산재 인정은 당연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선례로 인해 산재 인정에 소요되는 시간까지 단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신동헌 노무사(노무법인 종로)는 "고 신형록 전공의 산재 인정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그동안 쌓여온 과로사 인정기준과 판례에 부합하는 결정"이라며"산재 측면으로만 보면 너무도 당연한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공의들의 근로시간 초과문제는 기록이 되기 때문에 입증이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한다"면서 "따라서, 유사 사례가 발생한다면 산재 인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례가 나온 만큼 인정에 소요되는 시간 역시 많이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은 2018년부터 개선된 산재 제도로 인해 전체적으로 산재 인정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근로복지공단 홍보부 김찬규 차장은 "고 신형록 전공의 산재 인정이 이슈가 됐다. 하지만, 전공의 산재 인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규정에 맞춰, 기준이 되는 경우 산재 인정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김찬규 차장은 "2018년도에 산재 제도가 많이 개선됐다. 산재 판정 시, 작업량과 노출량 등 시간을 모두 포함한 추정의 원칙을 적용했다. 이런 기준이 변경되면서 2018년도 산재 인정 건수가 작년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고 짚었다.
이어 "전체적으로 개선된 제도로 인해 만성 과로 인정기준이 충족된다면, 이전보다 인정이 쉬워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고 신형록 전공의 산재 인정 역시,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이뤄진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 역시 추후 산재 인정이 쉬워질 것을 예상했지만, 그 이유는 개별적 산재 인정 사례가 아닌 2018년부터 변화된 산재 인정제도라는 설명이다.
고 신형록 전공의 산재 인정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이번 산재 인정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의 너무나 당연한 판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번 판정 결과가 전공의 과로 재해를 근절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승우 회장은 "대한민국 전공의들은 의료 최전선에서 밤낮을 지새우며 환자를 위해 묵묵히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 고인의 죽음으로 전공의가 당직 근무 중 사망하는 등 근무환경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고 신형록선생님의 죽음과 같이 슬프고, 참혹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미 늦었지만, 정부와 수련병원은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 신형록 전공의는 올해 2월 1일 길병원에서 전공 수련을 하던 중, 병원 내 당직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망 전 1주 동안 업무시간이 113시간, 발병 전 4주간 주 평균 근무시간은 100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