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개소 법' 위헌·합헌 여부 오늘 판가름

'1인 1개소 법' 위헌·합헌 여부 오늘 판가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8.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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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선고...2014년 사건 접수 이후 5년 만에 매듭
의료법 제33조 8항·제87조 1항 등 4건 병합...경영효율화 VS 의료영리화

헌법재판소 전경.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이중개설금지)'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대한 위헌·합헌 여부가 오늘(29일) 오후 2시 결정된다.

의료법 제33조 8항에 대한 위헌제청은 2014년 9월 12일 접수됐다. 헌법재판소는 약 5년을 끌어온 위헌 여부 심리를 마치고 오늘 선고를 내린다.

1인 1개소 법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의료법 제33조 8항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한 조항으로, 의료가 상업적으로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보건의약단체는 줄곧 이 법안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합헌 입장을 밝혀왔다.

헌재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위헌제청(2014헌가15)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등 위헌확인(2015헌마561)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 위헌소원(2016헌바21)과 이를 어겼을 때의 벌칙 조항인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위헌소원(2014헌바212) 사건 등을 병합해 심리했다.

아울러 ▲의료법 제4조 제2항(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등 위헌소원(2016헌바380) 사건은 별개로 심리를 마치고 함께 선고키로 했다.

의료법 제33조 8항은 2012년 7월 이전까지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에서 2012년 8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할 수 없다'로 개정됐다.

헌재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등이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한다.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 지난 2016년 3월 10일 1인 1개소법과 관련 공개 변론을 열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의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헌재 재판관이 바뀌면서 1인 1개소법 사건에 대한 결정을 계속 미뤘다.

2016년 공개 변론 당시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개설과 운영의 의미가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다"며 "의료기관을 두 개 개설한 것만으로 수십억원의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하고, 환수하는 것은 과잉규제이자 경과규정을 6개월밖에 주지 않은 것 또한 불균형적인 규제"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법인은 복수기관 개설을 허용하면서 의료인은 금지하는 것은 직업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법원 판례와 구법에서는 적법하게 취급했다가 개정 후 사무장병원과 유사하게 취급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유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역시 "네트워크병원이 일반 병원보다 불법 진료의 가능성이 높다고 볼 근거가 없다"면서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비를 합리화하며, 경영 효율화를 통해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네트워크병원의 순기능을 부정한 채 어떠한 예외도 없이 네트워크병원 운영을 금지하는 것은 수단의 적절성·침해의 최소성·법익의 균형성을 위배하고,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도 "의료인이 다중으로 운영하면 불법행위가 증가할 것이라는 추측만으로 기본권을 원천적으로 제약해선 안 된다"면서 "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이 조항으로 인해 심각한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개설금지 조항은 '합헌'이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대리해 참석한 정의정 변호사(법무법인 원일)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여러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경우 영리자본에 의해 의료기관이 개설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민건강 보호라는 공익보다는 영리 추구를 우선해 환자의 무리한 유치, 과잉진료로 인한 의료 과소비, 의료설비와 시설에 대한 과대투자로 의료자원 수급 계획의 왜곡을 불러온다"면서 "이로 인해 소규모 의료기관의 폐업과 무리한 경쟁에 따른 불법 리베이트 수수 등으로 의료질서를 어지럽히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대리해 참석한 김준래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도 "이중개설금지조항이 위헌이라면 의료인은 굳이 법인 형태로 의료기관을 운영할 필요 없이 법인을 청산하고, 단독으로 여러 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길을 걸을 것"이라며 위헌 결정이 불러올 파장을 우려했다.

김준래 선임전문연구위원은 "네트워크병원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분투자형도 배후의 의료인이 자금 조달이나 인력 채용 등을 주도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한 적법하다"면서 "현행 규정하에서도 네트워크병원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유화진 변호사(유화진법률사무소)는 "복수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면 네트워크병원에서 병원별 매출액이나 의사별 매출액 비교를 통해 이익을 관리하게 되고, 매출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받게 되므로 과잉진료나 매출 증대를 통한 영리성 추구가 조직화할 수 있다"며 "특정인이나 몇 사람에게 이익이 귀속되는 독과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대한간호협회 등 5개 보건의약단체는 현행법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보건의약단체는 "이중개설금지법은 보건의료의 영리화와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면서 "환자 유인행위·과잉진료·위임치료 등 불법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합헌 결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근 대법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무장과 달리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이 1인 1개소 법을 위반해 요양기관을 개설했다 하더라도 요양급여비를 환수할 수 없다고 판결,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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