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물결 '3D 프린팅' 수술…"상상이 현실로"

새로운 물결 '3D 프린팅' 수술…"상상이 현실로"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9.09.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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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모형 통해 질환 직관적 파악…최적 수술방법 결정에 도움
국내 성장 생태계 조성 아직 미약…정부과제 발굴 등 지원 절실

"거의 모든 것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고, 노동·조립·유통 단계의 비용 절감을 가져오며, 네트워크를 통해 크라우드소싱과 협업을 이끌며, 지리경제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13년 에드 포레스트와 용 카오는 '디지털 제조업: 제조 과정의 패러다임 변화와 사회 경제적 효과' 논문에서 3D프린팅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이같이 진단했다.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3D 프린팅은 이제 의료영역에서도 머릿속에 머물렀던 상상력을 현실로 옮기고 있다.

최근 전해진 인공혈관 조직 연구의 진전은 3D 프린팅이 의료영역에서 이뤄낼 미래를 기대케 한다.

해외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인공장기에 독립된 혈관망을 만들어 인체와 같은 조직기능을 살린 인공장기를 생성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볼류메트릭 바이오에서 공개한 인간 폐기능을 모방한 폐포 모델은 혈관망을 생성해 주변 혈관에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 프렐리스 바이오로직스는 혈관조직구조를 판매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력을 높였다고 밝히는 한편, 올해 말까지 장기이식용 인공장기의 동물실험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곳 모두 3D프린팅 전문 기업이다.

국내 역시 의료 영역 3D 프린팅 시장의 세계적인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술력을 앞세운 기업들이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의료영역에서 3D 프린팅이 지향하는 가치는 안전성과 효율성이고, 기술력은 시간 경감과 정확성을 담보한다.

기술력의 관건은 3D 의료영상 플랫폼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확보된 영상정보를 3D 이미지 자동변환·모델링을 거쳐 인체와 거의 유사한 질감의 장기모형을 제작한다. 3D 영상처리부터 3D 프린팅까지 원스톱 솔루션으로 진행된다.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3D 프린팅은 이제 의료영역에서도 머릿 속에 머물렀던 모든 상상력을 현실로 옮기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말 킨텍스에서 열린 '인사이드 3D프린팅 컨퍼런스&엑스포'.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3D 프린팅은 이제 의료영역에서도 머릿 속에 머물렀던 모든 상상력을 현실로 옮기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말 킨텍스에서 열린 '인사이드 3D프린팅 컨퍼런스&엑스포'.

의료진은 장기모형을 통해 환자 장기와 종양을 보다 직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 기기를 활용해 3D로 구현한 환자의 혈관·장기 등을 안팎으로 살피면서 최적의 수술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의료진과 환자의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된다. 환자 몸 상태를 태블릿으로 보여주면서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수술방법에 대해 화면과 함께 상세한 설명을 곁들이면서 자연스레 라포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이나 법규 등 여러 제약이 있지만, 머지 않아 환자가 질환이 있는 장기에 대한 3D 프린팅을 의뢰하고 자신의 장기모형을 보면서 질환 상태와 수술법에 대한 설명과 예비수술을 요구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3D 프린팅의 의학적인 효용성은 실제 의료현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3D 프린팅을 통해 인체장기 모형으로 예비수술을 하고 가상현실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으로 작은 크기의 암세포 탐지율을 높여 수술 후 환자 예후 관리에 기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심장수술에서도 30일 내 재수술률이 56.12%에서 12.95%로 줄어들고, 사망률 또한 1.37%에서 0%로 개선됐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이와 함께 3D 모델링의 의학교육 차원의 확장성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달 한 기업은 의료진의 수술 전 계획과 수술 후 리뷰 등에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가상 해부 테이블을 선보였다. 의료 영상의 3차원 구현보다는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접근이 의료현장에서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인체 구조를 직접 표현할 수 있고 정확한 의학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 가상 해부 테이블은 최적의 수술법 접근과 함께 다양한 데이터를 확인하며 협진을 돕는다.

글로벌 3D 프린팅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지만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현재 국내 3D 프린팅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관련 종사자 역시 해마다 5% 정도 증가하는 등 고용창출의 새로운 영역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연매출 10억원 미만의 소기업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어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3D프린팅 업계가 기존 산업구조에 잘 접목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협업 시스템을 주관해야 한다"며 "특히 의료 분야는 수요(의료진)는 있으나 제작 단가·수가 이슈·접근성의 어려움 등으로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어서, 산·학·연·병이 함께 수행하는 정부과제 발굴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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