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원 지정 높아진 문턱, 병원계 '당혹'·'우려'

상급병원 지정 높아진 문턱, 병원계 '당혹'·'우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9.0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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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중증환자 기준 변화 너무 급격, 현장 한번이라도 봤나"
진료권역 재조정 계획 여전히 안갯속..."언제 나오나, 답답"

ⓒ의협신문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6일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기준 설명회를 열고, 달라진 평가기준을 공개했다. 병원계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400석 규모의 설명회장은 일찍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의협신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당장 다음 평가부터 이를 적용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당혹스럽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상급종합병원(상급병원) 지정평가 기준 개선까지, 연이은 충격파에 병원계는 우려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상급병원 지위를 유지하거나 새로 획득하려면 당장 질환별 환자비율을 획기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는게 병원계의 판단이다.

평가기준 자체를 높여 병원계의 준비를 독려하면서도, 또 다른 대형변수가 될 진료권역 조정방안은 여전히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다는 점에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6일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기준 설명회를 열고, 달라진 평가기준을 공개했다. 병원계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400석 규모의 설명회장은 일찍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설명회에 이어진 보건복지부와의 질의응답에서, 병원계 관계자들은 달라진 평가기준을 놓고 적잖은 우려를 쏟아냈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상상 이상'이라는 평가다.

■"환자구성 기준변화 너무 급격, 병원 현실 모르는 처사"

A대학병원 관계자는 "상급병원이 중증환자 진료를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환자가 경증이라도 병원에서 이를 거부할 수는 없는 환경이고, 최근 보장성 강화로 대형병원 선호현상은 더 가중되고 있는 것이 병원계의 현실이다. 이를 한번이라도 파악하고 평가지표에 도입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도 가급적 중증환자 위주의 진료를 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환자를 설득해가며 최대한 지역병원으로 회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모든 것을 상급병원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일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병원의 평가기준 강화 등 패널티를 부여하는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증증도 지표변화도 너무 급격하다는 게 병원계의 지적이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는 전문진료질병군 환자 기준을 기존 21%에서 30% 이상으로 강화하고, 최대 44%를 만점으로 해 구간별 배점도 큰 폭으로 차이를 둘 계획"이라며 "현장에서 병원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정도의  환자군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기준 개편은 너무 과도하고 급격하다"고 지적한 이 관계자는 "평가와 이에 따른 페널티 강화로 이상적인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움직임에 많은 병원들이 지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병원들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노력으로 이해하고 노력해 달라"고 답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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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전담전문의 예비지표 도입? 정책적 고려만...

입원전담전문의제도 관련 사항을 예비지표로 포함한 점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제도가 미처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의 확산을 위해 병원계를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C병원 관계자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현재 시범사업의 형태로 일부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도의 영향평가와 유효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예비기준에 포함하고 5기 지정시 적용을 명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이 상급병원의 기능과 역할에 부합한다는 평가위원들의 판단이 있었다"며 "일단 예비지표화해 평가세부지침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5기 적용여부는 아직 확답할 수 없다"고 답했다.

■"진료권역 재조정, 도대체 어떻게?...소극적 정부 답답"

병원계는 4기 상급병원 지정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진료권역 재조정 방안의 도출이 늦어지고 있는데 대해 답답함을 표하기도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상급병원 지정·평가체계 개선을 목표로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연구를 수행한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현행 10개 진료권역을, 인구 수와 자체충족률·병합 기준거리 등을 고려해 최대 19개로 2배 가량 세분화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D 지역병원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가 공개된 이후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연구결과대로 현실화되는 것이냐, 진료권역 조정계획은 언제 나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상급병원은 그야말로 상급병원으로 어느정도 기준을 갖춘 병원들이 지정되어야 한다"면서 "진료권역을 19개로 세분화하더라도 해당 권역에 상급병원의 요건을 충복하는 병원이 있을 수 있고, 권역에 따라서는 경쟁구도가 상실될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19개로 진료권역을 세분화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힌 보건복지부는 "이런 전제 하에 현행 진료권역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실행가능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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