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멀린 토마스 (Merlin Thomas) 호주 모나쉬의대 교수
지난 2016년 SGLT-2 억제제의 심혈관계(CV) 혜택 입증에 의료계는 환호했다. 당뇨병 치료제가 단순히 혈당을 강하시키는 영역을 넘어 당뇨병 환자의 복합 질환에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후 관련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됐고 국내외 당뇨병치료 가이드라인은 SGLT-2 억제제의 CV 관련 효과를 속속 반영했다. 이제 SGLT-2 억제제 개발사는 CV 혜택을 넘어 만성신장질환에서의 이점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연구 결과 신장질환 영역에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당뇨병 환자에게 만성신장질환 관리는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4억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30∼40%는 당뇨병성 신장질환 발생 위험을 갖고 있으며, 당뇨병성 신장질환 환자의 30%는 말기신장질환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신장질환은 독립적으로 당뇨병과 함께 CV 질환 발생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많은 환자가 신기능 장애에서 기인한 CV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어 SGLT-2 억제제가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사들은 당뇨병과 상관없는 신장질환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FDA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를 신장질환 치료제 연구개발을 패스트트랙에 포함시킨 바 있다.
자디앙의 신장질환 치료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베링거인겔하임과 일라이릴리는 2018년부터 당뇨병 및 단백뇨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만성신장질환 환자 5000명을 대상으로 EMPA-KIDNEY 연구를 시작했다. 회사 측은 2022년이면 해당 연구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협신문]은 최근 열린 ICOMES&AOCO 2019에서 SGLT-2 억제제 강연차 방한한 멀린 토마스 호주 모나쉬의대 교수를 만나 당뇨병 환자의 신장질환 관리와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멀린 토마스 교수는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의 신장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석학이다.
Q. 당뇨병 환자에 있어 신장질환의 관리는 어떤 의미가 있나?
신장질환은 제2형 당뇨병의 매우 흔한 동반질환 중 하나다. 실제 아시아인 제2형 당뇨병 환자 2명 중 1명은 만성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환자들에서는 신장의 여과기능이 저하되어 알부민뇨(albuminuria)가 나타난다.
특히 제2형 당뇨병 환자에 있어 만성신장질환은 투석을 필요로 하는 말기 신부전 등 환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평가하는 하나의 지표이자 경고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만성신장질환 환자들의 조기 사망의 원인은 대개 신장 관련 심혈관계 질환, 심부전, 감염 등이다. 안타깝게도 혈압, 혈당, 지질 등을 잘 조절하는 최적의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다.
심지어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도 혈압, 혈당, 지질 등을 잘 관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장 기능이 저하되는 속도를 늦추는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다시 말해 당뇨병 환자의 신장 기능이 저하되는 속도를 지연시키고, 나아가 신장 기능의 저하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필요는 항상 존재해왔다.
또한 정부의 관점에서 당뇨병 환자 관리에 있어 가장 큰 비용이 소요되는 부분 중 하나가 입원인데 당뇨병 환자가 입원을 하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만성신장질환으로 인한 투석, 신장 이식 등에 의한 입원이다.
SGLT-2 억제제와 관련하여 가장 희망적인 부분 중 하나는 당뇨병 환자의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춰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투석, 신장 이식을 필요로 하는 말기 신부전 환자, 나아가 신장질환으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의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Q. SGLT-2 억제제의 신장 보호 효과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다. 이러한 결과들이 실제 해당 적응증에 대한 허가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
아직 만성신장질환 예방을 위한 치료제로 승인된 SGLT-2 억제제가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여러 근거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볼 때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EMPA-REG OUTCOME 연구는 CVOT (심혈관계 결과 연구) 였기 때문에 기존에 신장질환이 있거나 신장질환에 대한 위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니었지만, 연구의 2차 평가변수, 여러 하위분석 결과들을 통해 엠파글리플로진을 투여 받은 환자에서 긴장 기능 저하, 투석, 신장 질환 관련 사망의 사례가 더 적다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국당뇨병학회(ADA)는 EMPA-REG OUTCOME, CANVAS, DECLARE 연구의 결과들을 종합해서 이미 만성신장질환을 앓고 있거나 만성신장질환의 발생 위험이 있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SGLT-2 억제제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엠파글리플로진을 포함한 다른 SGLT-2 억제제들 역시 진행 중이며, 이들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향후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SGLT-2 억제제들이 신장 질환 치료제로 새로운 적응증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SGLT-2 억제제가 신장 혜택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적응증 획득 전에라도 신장 보호를 위한 SGLT-2 억제제 처방을 고려해야 할까?
아직까지 당뇨병 환자의 신장 보호를 위해 승인돼 있는 SGLT-2 억제제는 없다. 하지만 그 전에라도 SGLT-2 억제제 사용과 관련한 여러 제약들은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eGFR 수치가 60 미만인 당뇨병 환자들은 SGLT-2 억제제로 치료를 시작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런 환자들은 오히려 SGLT-2 억제제로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들이다.
실제 다른 나라들에서는 SGLT-2 억제제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eGFR 수치의 기준선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 SGLT-2 억제제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심혈관계 및 신장 관련 혜택을 고려하면 한국도 이러한 기준은 빨리 완화돼야 한다.
SGLT-2 억제제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eGFR 수치의 기준선을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에서 SGLT-2 억제제의 혈당 강하 효과가 조금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SGLT-2 억제제의 심혈관계 혜택, 신장 보호 효과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 대해 SGLT-2 억제제가 제공할 수 있는 신장 보호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된다.
Q. 체중감소, 빈뇨 등의 증상으로 인해 SGLT-2 억제제 처방을 주저한다는 반응이 있다. 이에 대해 전해줄 메시지가 있다면?
SGLT-2 억제제의 내약성이 DPP-4 억제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SGLT-2 억제제로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이 대부분 너무 늦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험군 환자에 대해 보다 조기에 SGLT-2 억제제를 사용한다면 치료 성적은 물론 환자들의 내약성 또한 좋아질 수 있다.
환자의 당화혈색소 수치가 7∼7.5% 수준일 때 빠르게 SGLT-2 억제제를 사용한다면 빈뇨 등의 증상을 크게 느끼지 않을 수 있지만, 당화혈색소 수치가 이미 10%를 넘어서는 단계가 되어서야 SGLT-2 억제제를 사용한다면 불편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늦게까지 기다린 후에야 SGLT-2 억제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빈뇨, 탈수 등의 불편은 환자들이 경험할수 있는 최악의 결과가 아니다. SGLT-2 억제제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을 때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는 투석, 만성심부전, 나아가 사망 등과 같은 것이다.
SGLT-2 억제제의 진정한 가치는 불량한 예후를 겪게될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데 있다.
대표적으로 심혈관계 질환을 동반한 약 60세의 남성 환자가 엠파글리플로진으로 치료를 하게 되면 기대 수명이 약 2.5년 이상 늘어난다는 데이터가 있다. 이들 환자들은 연장된 삶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기간 동안 신부전으로 인한 신장 대체술, 입원 가능성 등의 위험 역시 감소시킬 수 있다.
의료진 및 환자들이 SGLT-2 억제제의 이러한 혜택들이 환자의 삶을 얼마나 높여줄 수 있는지, 나아가 환자의 생명을 얼마나 연장시켜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SGLT-2 억제제 처방을 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SGLT-2 억제제와 다른 계열의 약제를 병용했을 때 보다 나은 내약성을 보인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